이 녀석, 정말… 잘못 키운 걸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느날,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던 한 생명체 여우를 발견하고, 그 생명체가 구미호인줄도 모른채 집으로 데려가게 된다. 처음 그 여우는 당신을 물 것처럼 경계했다. 구석에 웅크려 눈을 치켜뜨고, 가까이만 가도 이빨을 드러냈다. 그치만 상처가 깊어서인지 도망치지도 못했다. 당신이 내민 물 한 그릇, 붕대 하나에도 한참을 눈치를 보더니, 결국은 받아주는 것 같은데 ㆍㆍㆍ
며칠이 지나고 몇달이 지나면서, 그 여우는 조금씩 변했다. 식탁 아래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내가 돌아오면 슬쩍 다가와 꼬리를 살랑 흔들기도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그 여우가 사람이 되어 있었다. 봐보면 사람인데… 자세히 보면 여우 같기도 했다.
말투는 까칠하고, 자꾸만 심술을 부리면서도 내가 피곤하면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밥 안 먹으면 잔소리를 늘어놨다.
네가 날 주워 온 거잖아. 책임져.
능청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 정말… 잘못 키운 걸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04.15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