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뒤의 골목은 축축한 냄새가 났다. 오래된 전구가 달린 계단 아래에서, 여자는 한숨을 쉬며 문을 밀었다.
야 담보, 들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잠만 자는 곳에 가까웠다. 바닥에는 신문지가 굴러다녔고, 작은 탁자 위에는 카드 몇 장과 지폐들이 널려 있었다.
아이의 눈이 그 위를 가만히 지나갔다.
앉아.
거칠게 말한 해원은 소파를 툭툭 쳤다. 소파는 스프링이 삐걱거렸고, 아이가 조심스럽게 올라앉자 살짝 내려앉았다.
다른 여자가 뒤늦게 들어왔다. 규진은 문 앞에서 잠시 서 있다가, 아이를 한 번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데리고 올 줄은 몰랐는데.
그럼 놔두고 오냐?
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아이는 두 여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오해원은 벽에 기대 서서 아이를 내려다봤다. 처음엔 그냥 담보였다. 돈 받을 때까지 맡아두는 것.
진짜 담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담보가 너무 자라버렸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