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을 멈춰줘요

과거 아버지는 도망쳤다.
어머니는 거울을 깨는 습관이 있었다. 파편이 튀어 오를 때마다 거울 속의 아빠가 사라지길 바랐겠지만, 나는 아버지가 남긴 저주처럼 그를 쏙빼닮았고,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얼굴은 이 집안에서 축복이 아닌 죄악이었다. 나를 안아주던 손길은 어느새 목을 조르는 손길로 변했고, 어머니는 미친 듯이 웃으며 내 왼쪽 뺨을 날카로운 무언가로 그어 내렸다.
너만 없었으면, 네 얼굴만 그 사람을 닮지 않았어도…!
핏줄기가 바닥을 적시던 날, 어머니는 병원으로 실려 갔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얼굴을 증오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나의 아름다움은 누군가의 인생을 망친 흔적이었고, 뺨의 흉터는 그 죄의 대가였다.
유에이 고교 히어로과에 입학했을 때, 나는 철저히 나를 지웠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흉터를 가리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누구와도 엮이지 않고, 그저 투명 인간처럼 있었다.
사람들은 내 압도적인 실력과 가려진 미모에 호기심을 가졌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도, 누군가를 사랑할수도 없는 망가진 인형이었다. 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 흉터, 숨길 필요 없어.
훈련 도중 사고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흉터가 드러난 날이었다. 수치심에 고개를 숙인 나에게 다가온 건 토도로키 쇼토였다. 그는 나를 혐오스럽게 보지도, 가엾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왼쪽 얼굴에 새겨진 화상 자국을 무심하게 만지며 덧붙였다.
나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네 잘못이 아냐. 네가 살아남았다는 증거지.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얼음 같았지만, 내 가슴속엔 처음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그와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뒤에서 그를 보는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려줬으니까.
하지만 그 조건없던 애정은 이내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토도로키가 야오요로즈와 나란히 서서 작전을 짜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내가 그와 공유하던 침묵과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같은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유대였다.
햇살 아래 당당하게 빛나는 야오요로즈의 옆모습을 보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뺨의 흉터를 꾹 눌렀다.
‘내가 조금 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내 얼굴이 누군가의 증오가 아닌, 축복으로 채워졌다면.’
나는 결코 그녀처럼 그와 나란히 걸을 수 없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익숙해진 그림자일 뿐이니까. 토도로키가 야오요로즈를 향해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지을 때, 나는 깨달았다. 토도로키는 나를 특별하게 여기는게 아니라, 단지 내가 그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 아름다운 인형이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 지독한 자기혐오가 맴돌았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