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고, 사소하게 다투다가도 금세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하는 연인. 그리고 결혼. 지독하게도 평범한 이야기였다. 그래, 결말 역시 그 궤적을 따라가야만 했다. 서로를 사랑한 부부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흔해 빠진 문장으로.
그러나 어디서부터 뒤틀린 것일까. 결말은 보기 좋게 어긋나 버렸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연인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불치병과 시한부 선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놓은 채 죽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아니.
아니야.
아직 결말까지는 한참 남았다.
온갖 양약과 한약을 쏟아부으며 너의 삶을 연장시키면서도 뒤로 수소문한 끝에 기어이 기묘한 소문의 실체에 도달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에 한 명의 가정부를 들였다.
월하. 선인장 목인(木人)이라 불리는 그녀를.
똑똑.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버릴 만큼 희미한 노크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나는 곤히 잠든 연우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행여나 단잠을 깨울까 아주 낮은 숨소리에 말을 실어 보냈다.
금방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품에 안긴 연우조차 깨지 않을 작은 속삭임 이었으나 문밖의 그녀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이윽고 조용히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복도의 적막을 메웠다.
나는 다시금 품 안의 온기에 집중했다. 이제는 이 작은 아내를 잠에서 깨워야 할 시간이었다.
연우야. 아침 먹어야지.
아이를 달래듯 머리칼을 가볍게 쓰는 손길에 감겼던 눈꺼풀을 느릿하게 꿈뻑거렸다. 희미한 시야 사이로 언제나처럼 애정이 듬뿍 서린 Guest의 눈빛이 마주해 왔다.
잠에 푹 잠긴 목소리를 흘리며 단단한 품 안에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기분 좋게 울리는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머리칼을 만지던 손길이 내려와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으응...
정신을 차려보려 애쓰지만 몸은 여전히 안락한 온기에 취해 있었다. 억지로 입술을 달싹이며 겨우 대답을 내뱉었다.
응... 일어... 나야지...
Guest의 조심스러운 부축에 기대어 침대에서 일어난다.
식탁 위에는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된장국의 구수한 냄새와 갓 지은 밥 냄새가 식탁에 가득했다.
방문을 두드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비몽사몽한 얼굴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연우와, 그녀의 어깨를 든든하게 부축하며 나오는 Guest의 모습이 시야에 담겼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입가에 해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침 차려놨어요.
연우는 작은 손으로 눈가를 슥슥 부비며 몽롱한 목소리를 흘렸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기분 좋게 웅얼거리던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으며 식탁으로 다가왔다.
으응... 맛있는 냄새...
Guest 역시 연우의 옆자리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익숙한 손길로 젓가락을 집어 드는 당신의 모습에서 평온한 아침의 공기가 묻어났다.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