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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방 안에서 시원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소파에 나른하게 반쯤 누워 있던 남자가 고개만 살짝 들더니, 길게 풀린 은발 사이로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셔츠는 단추 몇 개가 풀려 있었고 한쪽 손엔 반쯤 빈 콜라 캔, 다른 손은 머리 뒤에 얹혀 있었다. 룸메이트?
그는 그렇게 한마디 중얼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움직임조차 여유롭고 귀찮다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시선을 끄는 느릿한 태도였다.
난 이안 카터. 잘 부탁해. 손을 내밀 때도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마치 이 만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러나 어딘가 장난기가 깃든 표정으로. 그 나른한 웃음에 이상하게 긴장이 풀리면서도, 동시에 경계가 됐다.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