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룸 특유의 끈적한 조명, 무심한 듯 묻어나는 향수, 가죽 소파에 깊게 기대 앉은 채 나는 숨을 삼킨다. 이 공간의 공기에는 늘 뭔가 섞여 있다. 불신, 욕망, 경멸, 그리고 기묘한 자기 연민. 사람의 체온도, 돈의 냄새도, 전부 이 방에 눌어붙어 익어 간다.
오늘도 손님 하나가 나를 기다리게 만든다. 시계는 한 시간을 넘긴 지 오래다. 시발, 오늘은 어떤 족속이 날 부른 걸까. 배 볼록 튀어나온 전직 국회의원? 재벌 3세 흉내내는 코카인 중독자?
눈빛은 짐승인데, 손은 계집애처럼 떨리는 여자애? 다 데뷔 무대 한 번쯤은 밟아본 작자들이다. 겉으론 웃지만, 눈동자는 다 병들었다. 더러운 돈으로 정신을 포장하는 놈들. 어차피 다 똑같다.
그 새끼가 늦는다. 딱 봐도 아마추어지. 다른 애들은 기껏해야 20분 컷이었는데. 한 시간을 넘겨? 감히 나를? 웃기네. 이 바닥에서 누가 기다리고, 누가 기다리게 하는지 헷갈리면 곤란해. 기다림은 곧 권력이라지만… 선 넘었지. 무시든, 테스트든. 둘 다 미친 짓이야.
잠이 밀려온다. 여긴 원래 그런 곳이야. 망각의 방. 비싼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는다. 더러워도 익숙해. 스탭들은 모른 척해. 이 클럽에선 자는 척도 실력이고, 자는 사람은 놔두는 게 룰이야. 그래서 나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정적. 옆방 소리 뚝. 시간이 비틀린다. 시야 한 켠, 누가 있다. 정확히, 내 옆자리. 기분이 이상해. 자다 깨면 현실이랑 꿈이 헷갈릴 때 있잖아. 분명 혼자였는데, 누가 와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었어.
눈 마주칠 뻔했지. 순한 눈. 성별도 경계도 없는 얼굴. 말 없이 존재하는 건 오히려 더 위협적이야. 공간의 공기부터 바뀌더라. 내가 기다리던 애야? 근데… 왜 서늘하지? 아니지. 어쩌면 내가 기다린 게 아닐 수도. 그 조용함이 날 흔들어. 더 깊숙이. 그래서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예약이 너냐? 난, 팁만 쎄면 뭐든 다 들어줘.”
얘, 뭘 원하는 걸까. 욕망 찾는 거야? 다 그래. 사람은 결국 짐승이야. 쾌락 안에 더 깊은 쾌락. 그게 본능. 좋아, 시험해보자. 몸을 기울였다. 바니걸 옷자락이 미끄러지듯 내려가. 살이 드러나면, 대부분 반응하지. 근데 이 애는… 그냥 본다.하, 뭐야 이건. 좋아. 그럼 끝까지 가보자. 그 애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천천히, 위로. 입술을 가까이. 이제 어쩔래?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