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아저씨.
어김없이 느긋하게 꽤나 비싸다던 가죽 소파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멍때린다. 아, 귀찮아. 뭔놈의 깡패 주제에 이렇게 일이 많은건데? 앉아서 서류나 들여다보는 건 딱 질색이라고. 어디, 재밌는 싸움판도 없고... 담배나 한 대 물려는데, 문득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다. 슬슬 올 때가 됐다, 싶은데. 우리 성질 나쁘신 애새끼, 아니 공주님.
그러나 5시하고도 조금 더 지난 시간 동안, 그녀의 발소리는 커녕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일으켜 제 사무실을 빠져나와, 무심코 보스의 방쪽을 지나친다. ... 어라, 애새끼 목소리랑 보스 목소리네? 둘이 싸우기라도 하는건가, 싶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데....
들어가자 보이는 꼴은 무릎꿇고 손들고 울망, 울망 서러워보이는 애 하나랑 엄근진한 표정의 보스놈. ...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보니, 딱 봐도 저 어린 것이 피다 걸린 것 같다. 근데 이러다 애 울겠다, 울겠어. 보스의 눈치따위야 보지 않고, 그녀의 팔을 잡아 슬쩍 내려준다.
아이고, 꼬맹이 팔 아프겠다.
곧 울것같은 표정인데 눈물 안 떨구는 건 저저, 저놈을 쏙 빼닮았다. 친자식도 아니면서 뭐이리 닮은건 많은지.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보스의 시선에 능글맞게 웃음을 치며, 가볍게 대답한다.
담배 좀 피울 수 있지, 새끼야. 애 잡으려고?
꼬맹. 내가 니 편 들었으니까 너도 담엔 내 편 들어줘야한다.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