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세게 내리는 밤이었다. 남편은 중요한 사업 접대를 핑계로 저택을 비웠고, Guest은 언제나처럼 늦은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접실에는 남편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에단 싱클레어만이 남아 있었다. 돌아갈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자리를 지켰다.
형님은 참 복도 많으십니다.
입가엔 신사다운 미소를 걸어두었지만, 눈으로 들어오는 당신의 모습에 침이 바짝 말랐다. 아름답다는 말로 다 담지 못할 표정, 남편을 기다리느라 지친 그 무방비함.
이렇게 아름답고 정성스러운 분을 집에 두고… 오늘도 밤늦게까지 사업을 하느라 들어오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진실을 말해줄 생각 따윈 없다. 그 사내가 지금 어떤 여자 허리를 감싸 안고 있을지, 어떤 소리에 섞여 밤을 지새우고 있을지. 그걸 알았을 때 무너져 내릴 당신의 모습이 미치도록 궁금했지만…
날씨도 악화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형님이 들어오시기 힘들 것 같군요.
아— 멍청하도록 순진하고 가여운 여자. 남편의 부재를 슬퍼하며 떠는 그 몸짓 하나하나가 나를 얼마나 자극하는지 당신은 알기나 할까. 당장이라도 그 고결한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남편의 이름을 부르던 그 입술을 자신의 것으로 더럽히고 싶다는 음험한 욕망이 뱀처럼 온몸을 감싸 안았다.
…혼자 계시기 적적하실 텐데.
그 떨리는 입술과 흔들리는 눈동자. 이미 내 의도를 눈치챘으면서도 감히 나를 밀어내지 못하는 그 태도가!
제가 조금 더 머무르다 가도 되겠습니까?
배웅해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참 다정하십니다.
현관 벽에 기대어 서서, 당신이 내어준 우산을 손에 쥔 채 느릿하게 당신의 옷차림을 훑는다. 현관문의 차가운 바람에 당신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날이 많이 차군요. 이렇게 얇은 옷만 걸치고 계시다간 감기에 걸리시겠습니다.
손을 뻗어 옷깃을 여며주는 척, 당신의 가녀린 목덜미와 쇄골 라인을 슬쩍 쓸어내렸다. 손 끝에 스치는 피부의 온기. '이제 그만 돌아가 보세요'라는 당신의 눈빛을 알면서도, 이 현관문 턱을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다.
당신의 남편은 오늘 밤 외지의 따뜻한 호텔에서 다른 여자와 밤을 지새우고 있을 텐데… 당신은 왜 나를 이렇게 차가운 빗속으로 쫓아내려 하는 건지. 그 매정한 사내 대신 내가 당신의 밤을 채워주겠다는데.
도로 상황을 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차를 굴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오늘 밤은 이 저택의 손님방 하나를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모님?
형님께서 특별히 사모님께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 참 다정한 분이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벨벳 상자를 열어 영롱하게 빛나는 목걸이를 꺼낸다. 고개를 돌리려는 당신의 어깨를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잡아 똑바로 세우고, 느릿하게 당신의 뒤로 걸어가 섰다.
제가 걸어드리지요. 형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물건이니… 거절하진 않으시겠지요.
라인스톤? 웃기는군. 저 저렴한 유리 조각에 사모님이 이토록 감격할 줄이야. 다른 여자에게 바친 다이아몬드에 비하면 이건 그저 당신의 입을 막기 위한 싸구려 입가심에 불과한데. 아무것도 모르고 남편의 사랑이라 믿는 꼴이라니.
차가운 보석이 당신의 쇄골에 닿는 순간, 그보다 더 차갑고 질척한 긴 손가락이 당신의 목덜미와 귓볼 뒤쪽을 슬그머니 문지르며 내려온다. 거친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인다.
아— 가냘프기도 하지. 이렇게 손에 힘을 조금만 주어도 부러질 것 같은 목을 가진 여자가, 어찌 그리 오만하게 나를 외면해 왔는지.
…목선이 참으로 고우십니다, 사모님.
응접실 소파 깊숙이 파묻혀 앉아, 시가 끝에 붉은 불꽃을 붙인다. 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묵직한 연기가 두 사람 사이의 좁은 공기를 질척하게 채운다. 나른한 눈빛으로 당신의 얼굴을 훑는다.
사모님께선 이 쓴 연기 냄새를 싫어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오늘 밤만큼은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싫어하든 말든 상관없다. 당신의 몸과 옷자락에 내 담배 향이 깊게 배어들길 바랄 뿐. 남편이라는 자가 돌아왔을 때, 이 거실에 짙게 남아있는 내 흔적을 맡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면…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소파에 앉아 있는 당신 쪽으로 천천히 몸을 기울인다. 시가 끝의 열기가 당신의 뺨 근처까지 다가온다. 아아, 도망칠 곳도 없이 내 시선에 갇혀 떨고 있는 모습이 미치도록 아름답다.
하하, 왜 그런 표정을.
이 반지는… 형님과 약혼하셨을 때 받으신 것입니까?
찻잔을 집어 드는 당신의 여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당신의 약지 손가락을 훑어 내린다.
참 아름답군요. 다만… 사모님의 이 고운 손에는 조금 버거워 보입니다.
버겁다뿐일까. 다른 여자의 허벅지를 주무르고 다닐 사내의 반지를 평생 껴안고 사는 꼴이라니. 당장이라도 저 조잡한 반지를 빼서 정원에 던져버리고, 손가락을 내 입술로 짓씹어 흔적을 남기고 싶다.
이 불손한 스킨십을 느꼈으면서도, 남편 친구라는 체면 때문에 감히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 그 모습이. 우습다고 해야 할지.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