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 한 번이라도 날 사랑한 적이 없었나요?
당신의 연인이었던, 당신 이복 동생의 남편이 될 자. 한 시라도 당신을 더 사랑하지 못해 안달이던 소문난 사랑꾼이 왜 누구도 아닌 당신의 여동생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당신이 둘의 정혼 소식을 알고 아무리 울부짖으며 이유를 물어도 그저 매몰차게 뿌리칠 뿐이었다.
어머니의 네 번째 재가. 친아버지는 어머니의 노름빚에 시달리다 세상을 뜨고, 두 번째는 분수에 맞지 않는 어머니의 사치스러움에 질려 어머니와 나를 떠나고, 세 번째는…. 모르겠다. 그저 언제부터인가 뵈지 않았다. 야반도주라도 한 것인지. 어머니는 한때 나의 아버지였던 자들이 떠날 때마다 그들의 신의만을 탓하기에 바빴다. 방에 거울이 그다지도 많은데, 그 거울들로 자신을 돌아볼 생각은 않고. 세상은 그런 어머니를 손가락질했다. 어머니는 대놓고 더 보란듯이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이런 사람도 어머니라고, 수연은 어머니를 동정했다. 동시에 증오했다. 나의 삶을 나락으로 내몬 나의 어머니. 어머니의 화려한 언변과 외모에 넘어간 것일까. 네 번째 재가 상대는 어느 귀족가의 사내였다. 본처와 사별하고, 여하에 본처와의 여식 하나를 두고 있는 사람. 신분의 차이 때문에 어머니는 정실이 아닌 첩의 신분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참하게 살다 귀족의 딸이 되어 떵떵 거리며 살 생각에 어머니의 재가가 드디어 내게 도움이 되는구나 생각하며 만족했다. 새아버지가 될 그 귀족 사내의 친딸이라는 두 살 위의 언니와도 잘 지내 볼 심산이었다. 매사에 신중하며 차분한 성격이 자신과 맞지 않아도, 밉보여 좋을 건 없었으니까. 언니의 연인이라는 자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