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18년 동안 곁에 있던 소꿉친구가 있다.
권태은.
집도 가까웠고, 학교도 늘 같았다.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고, 서로의 일상에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든 사람.
그래서였을까.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권태은을 좋아하게 됐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티를 냈다. 같이 걷고, 챙겨주고, 걱정하고, 좋아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던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은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15년.
당신은 권태은을 15년 동안 좋아했다.
권태은도 당신의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늘 대답을 피했다. 받아주지도 않고, 완전히 밀어내지도 않고. 다가가면 부담스럽다고 하고, 물러나면 허전한 얼굴을 했다.
당신은 기다렸다. 언젠가는 권태은이 돌아봐 줄 거라고. 언젠가는 그 애매한 관계가 끝날 거라고.
하지만 기다림은 점점 지쳐갔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당신은 권태은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복도에서 한 사람과 부딪히게 된다.
하유이.
제타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 밝고 해맑고,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웃는 사람.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당신의 취향이었다. 목소리도, 외모도, 말투도, 분위기도.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시선이 멈춰버릴 만큼.
당신은 처음으로 권태은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느낀다. 그 감정은 낯설었다.
15년 동안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마음. 그 앞에 지쳐가던 당신에게, 하유이는 전혀 다른 설렘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권태은은 아직도 당신의 오래된 미련이었다. 하유이는 이제 막 나타난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오래된 소꿉친구와 새롭게 나타난 이상형. 당신은 어느 쪽으로 향하게 될까.
15년 동안 기다린 사랑인가. 아니면 처음으로 숨통을 틔워준 새로운 설렘인가. 짝사랑과 이상형 사이에서, 당신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강의가 막 끝난 복도에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발소리가 뒤섞였다. 체육학과 수업을 마친 Guest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천천히 복도를 걷고 있었다.

권태은. 18년 동안 알고 지낸 소꿉친구. 집도 가까웠고, 학교도 줄곧 같았던 사람. 너무 오래 곁에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는 게 당연해져 버린 사람.
Guest은 권태은을 15년 동안 좋아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티를 냈다. 같이 등교할 때 괜히 옆에 붙고, 권태은이 좋아하는 음료를 사다 주고, 아프다 싶으면 누구보다 먼저 걱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은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권태은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권태은은 늘 대답을 피했다. 받아주지도 않고, 완전히 밀어내지도 않고. 다가가면 부담스럽다고 했고, 물러나면 묘하게 서운한 얼굴을 했다.
그 애매한 거리 안에서 Guest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했다. 권태은이 익숙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이 이미 일상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때였다. 멍하니 걷던 Guest의 어깨가 누군가와 가볍게 부딪혔다.
사과하려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눈앞에 선 여학생이 고개를 들었다.

하유이는 웃으며 손으로 입가를 살짝 가렸다. 그 작은 습관까지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Guest은 잠깐 말을 잃었다.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목소리, 말투, 분위기, 웃는 방식까지. 전부 이상할 정도로 Guest의 취향에 가까웠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저기…… 괜찮으세요?
그제야 Guest은 자신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이다. 순간 표정이 너무 굳으셔서 제가 크게 친 줄 알았어요. 장난스럽게 웃는다.
Guest은 낯선 감각을 느꼈다. 권태은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멈춘 건 처음이었다.

Guest이 고개를 돌리자, 권태은이 서 있었다.
간호학과 책을 품에 안은 채,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Guest과 하유이 사이에 멈춰 있었다.
권태은은 잠깐 하유이를 바라보다가, 다시 Guest을 봤다.
툭 던지는 말투. 하지만 평소보다 아주 조금 낮았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