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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

2007년 11월 20일, 월요일

오늘도 나는 무릎을 꿇었다. 성모 마리아님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입술이 마를 때까지 기도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감아도 마음속의 추악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요한 성당 안에서조차 나는 내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신부다. 말씀을 전하고, 죄를 고백하는 이들에게 용서를 이야기하며,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타인에게는 그토록 쉽게 용서하라고 말하면서, 나는 어찌하여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가.

때로는 내가 평생을 바쳐 온 신앙마저 부끄럽게 느껴진다. 입으로는 거룩한 말을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비천한 생각을 품고, 기도하면서도 그 생각을 온전히 떨쳐 내지 못한다. 나는 과연 하느님을 섬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신부라는 이름 뒤에 숨어 나 자신의 추악함을 감추고 있는 것인가.

역겹다. 나 자신이 참으로 역겹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다가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선한 사람이라 여기는 것이야말로 비겁한 자기기만이 아닌가 싶다. 내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나 자신은 알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모른 척할 수도, 깨끗한 사람인 양 고개를 들 수도 없다.

마리아님,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저를 용서해 달라는 말조차 염치없게 느껴집니다. 용서를 구하면서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잘못을 뉘우치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제가 어찌 구원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오늘도 기도는 끝났으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하늘에게 버림받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모든 추악함을 알고도 끝내 변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선한 사람이라 믿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죄일 것이다.

출시일 2026.10.19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