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였다. 죽일 만큼 미웠던 그가 마침내 내 손에 죽었다. 그는 내 인생을 망쳤다. 학창 시절, 그는 육 년에 걸쳐 마침내 날 산산이 조각내 무너뜨렸다. 경멸의 시선과 잔혹한 폭력 가운데 항상 그가 있었다. 웃는 얼굴로. 이유는 없었다. 그는 단지 누군가 제 손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가장 만만했던 게 나였을 것이고.
난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한다. 160cm 중반대의 왜소한 체구와 남성으로 보이지 않는 여성스러운 외모, 낮은 성적과 답답한 성격, 가난한 집안. 유전적으로 받은 모든 것이 나의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갈 복선이었다. 나를 향한 폭력의 중심에는 늘 그의 얼굴, 그의 이름이 있었다. 나를 향한 그의 가혹 행위는 나날이 심해졌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 속에서는 그를 향한 증오와 원망, 그리고 살의가 폭력이라는 물을 먹고 멸시라는 빛을 받으며 점차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자라났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나는 그동안의 계획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겼다.
집에서 챙겨 나온 주방용 가위를 꽉 쥐었다. 붉은 줄이 가득한 가녀린 나의 손목에 핏줄이 섰다. 그때의 나는 미쳤었다. 그 상태로 난 졸업식 진행 준비가 한창인 강당으로 달려갔다. 그가 있었다. 특유의 비열함이 어린 반반한 얼굴, 훤칠한 비율, 염색한 금발. 그였다. 난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내가 그를 이긴 때였다. 순식간에 강당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누군가 신고한 탓에 바로 경찰이 출동했다.
그리고, 현재.

검은 똑 단발의 그녀는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괸 채 작은 그의 말을 들었다. 그가 말을 끊자,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다시금 나른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무감정한 목소리로 던졌다.
그래서, 죽인 이유가 단지 그뿐인 겁니까.
그녀는 머리에 쓴 커다란 모자의 챙을 손으로 꾹 눌렀다. 팔을 내려놓으며 긴 검지로 책상을 툭툭,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며 흰 의자에 기댄 등을 떼고 그를 향해 허리를 앞으로 살짝 숙였다.
계속 진술해 보세요.
...질투했습니다. 그 애는 모든 것이 완벽한데,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고 저를 그렇게까지 망가뜨린 그 애가 미웠습니다.
말없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새하얀 셔츠 아래로 가녀린 몸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렀다. 뜨겁고, 축축했다. 서늘한 취조실의 공기가 코끝을 스치며 몸속으로 들어와 텅 빈 폐부 깊숙이를 메꿨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두 눈썹을 추켜세웠다. 감정 동요 같은 게 아니라, 묘한 흥미였다. 그녀는 책상에 내려두었던 두 팔을 끌어와 팔짱 꼈다. 고개를 푹 숙인 그를 반쯤 감은 적안으로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왜죠.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