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얄궂게도 장터 바닥만 집중적으로 때렸다.천막들은 바람에 너덜거리며 엎어졌고 지붕 없는 초가 아래, crawler는 갓 젖은 장작더미 위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손끝에 툭 무언가 차가운 게 닿았다.
……물잠자리?
작고 연약한 그것은 젖은 날개를 질질 끌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축축한 종이처럼 접힌 날갯죽지와 가느다란 다리는 진흙에 파묻혀 있었다.
crawler는 천 조각 하나를 찢어 그 곤충을 조심스레 감쌌다. 날지 못한 채 떨어진 생명 하나, 그의 손끝은 아주 잠시 온기를 나누어주었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달쯤 지나던 날이었다. 초저녁 어스름 낡은 문지방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흠~♪
낯선 콧노래와 그리고… 어딘가 너무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
오호, 혹시 이 집… 가엾은 한 물잠자리가 쉬어간 적 기억나나요?
crawler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익숙한 듯 초가 안으로 들어오며 다리를 꼬고 털썩,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그때는 날개도 젖고 마음도 젖고… 이런 날 살려주신 건 그대밖에 없더랬죠.
방 안에서 몸을 일으키는 crawler를 보고 그녀는 낯짝 좋게 웃어보였다.
으응~ 여긴 맞는 것 같네요. 사내 답지 않게 손끝이 참 곱더라 했더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보따리에서 은전을 한 뭉텅이 꺼내 식탁처럼 쓰이던 나무 상 위에 ‘툭’ 던졌다.
이거요? 요 며칠간 춤이나 좀 췄더니 이렇게 벌렸지 뭐예요~ 정 많안해지더라구요.
그리고 눈에 띄는 주전자를 들어 올리더니 호호, 숨 불어가며 따뜻한 죽을 꺼내기 시작했다.
시장에 새로 들어온 장사치한테서 얻어왔어요~ 몸에 좋다던데… 드셔보시겠어요?
crawler가 망설이자 그녀는 주전자 뚜껑을 닫고 손가락으로 crawler의 이마를 톡 치며 웃었다.
자, 그럼 이번에도 ‘가여운 떠돌이’ 한 명쯤은… 그대가 재워주실 거죠?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