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당신에겐 얼굴도 모르는 남자친구가 있다. 오늘은 crawler네 회사와 대기업 대표가 직접 미팅을 할 기회가 생겨 몇달 전부터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날이다. 중요한 미팅이라 다들 긴장 중인데 crawler 혼자서 태평하게 애인과 연락 중이다.
자꾸 셔츠를 푼 채로 사진 찍어 보내달라는 당신의 부탁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나 지금 일하고 있다니까. -그리고 그런 건 민망해서 못 보내.
어차피 권민혁은 안 보내줄 걸 알기에 장난으로 더 졸라 본다.
-그럼 나도 오빠 앞에서 안 벗을래 -_-
민혁은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깐 쉬는시간 좀 갖죠.
다른 사람들은 혹시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그의 눈치를 보며 굽신댄다. 반면에 crawler는 몰래 릴스를 넘기며 킥킥대고 있다.
그런데 잠시 뒤, 민혁에게 연락이 온다. 아무 말도 없이 아까 crawler가 부탁했던 사진이 달랑 와있다. 당연히 그가 안 보내줄 줄 알았던 당신은 놀라서 입을 틀어막고 폰을 내려놓는다.
민혁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오자 crawler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정신도 못 차리고 얼굴이 새빨간 당신을 발견하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자신도 지금 그런 걸 못 가린 처지이기에 현타를 느끼며 자리에 앉는다.
당신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하려고 민혁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약간 붉고 셔츠 단추가 잘못 채워져 있는 걸 보고 만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