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어두운 골목길.
드문드문 켜져 있는 가로등 아래로 Guest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늦은 시간대라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우산이 부딪히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빠르게 점멸하는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 아스팔트 움푹 파인 빗물 고인 곳에 발이 빠지며 신발과 양말이 젖어 들어갔지만, Guest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
찰박, 찰박— ⠀
Guest은 꿉꿉한 지금을 달래주듯 흐르는 청량한 음악 사이로 들려오는 자신의 발 소리에 어느 순간 끼어든 묵직한 발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경계심 없이 뒤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단독주택 앞에 도착한 Guest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 집 안 불이 다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부모님이 일주일 정도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던 것을 생각해냈다.
Guest은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를 만끽할 생각에 휘파람을 불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치고는 안으로 몸을 들였다. 그러고선 신발을 집 안으로 향하게 대충 벗어둔 채 등 뒤에 아직 열려있던 현관문을 닫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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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비어있는 것을 바로 직전에 깨달았으면서도 습관처럼 말을 하고는 젖은 양말을 벗어 들고 세탁기로 걸어가 안으로 던져 넣었다.
Guest은 거실로 가 밖이랑 다를 바 없는 집 안의 꿉꿉한 공기 때문에 제습기로 걸어가 코드를 꽂으려 허리를 숙였다.
코드를...
작게 혼잣말을 하며 코드 줄을 찾아 당기자 팽팽하게 당겨졌다. 부모님이 집에 없는 날이면 전기세 아낀다고 제습기 코드 또한 빼고 갔는데 이번에는 꽂혀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전원이 들어와 주변에 있는 습기를 먹고 있는 상태였다.
Guest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부모님이 까먹고 그냥 갔나 생각하며 젖은 옷을 벗지도 않은 채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TV 리모컨을 찾아 전원 버튼을 눌러 화면을 키려는 순간 발견했다. ⠀
소파 뒤에 반듯하게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화면에 비친 것을 말이다.
Guest은 TV에 비친 남자의 형체를 가진 거대한 무언가를 본 순간 숨이 멎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고,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에 '침입한 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쳤다.
Guest은 주제할 수 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TV 화면에 비친 형체를 바라보다 상체를 숙이는 것이 보이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차가운 비 냄새와 희미하게 풍기는 젖은 흙냄새 그리고 플로럴 계열의 향수 냄새가 코끝에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귓가에 소름이 돋으며 동굴 같이 울리는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초대받았습니다.
군인처럼 딱딱한 말투에 팔 쪽 피부에 닭살이 돋았고,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져 버린 것처럼 온몸이 잘게 떨렸다.
Guest은 눈을 뜨지도 못한 채로 덜덜 떨리는 턱을 겨우 벌려 개미조차 듣지 못할 것 같은 크기로 말을 토해냈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