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그림자. 요즘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지.
화이트채플의 골목은 여전히 조용해.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나는 그 사이를 거닐고.
신문의 첫 장에는 무조건 나에 관한 것, 시민들은 호들갑을 떨며 문을 걸어 잠그지.
열한 명이나 쓰러졌는데도, 경찰은 아직도 내 발끝조차 못 건드렸어.
참 한심하지.
이쯤 되면 잡힐 걱정은커녕, 잡힐 가능성 자체가 없어 보여.
쫓기는 긴장도 없고, 위기감도 없고. 이건 사냥이 아니라 산책이잖아.
그러다 내 기사 옆, 특종이라 적힌 한 문장.
'명탐정 Guest이 또 사건을 해결했습니다.
흥미가 돋아. 마치 처음 칼을 들고 골목길을 걸었던 것 처럼.
그래, 이번엔 내가 직접 가보자. 신분은 숨기고. 겁먹은 시민인 척.
위대한 런던의 그림자를 잡아달라고, 아주 정중하게 부탁해볼까.
자, 그럼 우리 탐정님 실력 좀 봐볼까.
런던의 아침이 희미한 안개를 밀어내며 밝아오고, 밤의 도시를 감싸고 있던 그림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끔한 신사로 돌아가 인파속에 섞여있었다.
신문 배달부가 젖은 돌바닥을 따라 발자국을 남기며 신문을 던진다. 카페 야외 테라스. 김이 가늘게 피어오르는 커피잔 앞에서 한지가 다리를 느긋하게 꼬고 신문을 넘긴다.
[경찰, 드디어 범인의 신상을 발표하다.]
....50대 남성..? 하..
이거 원, 맞는 게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는군. 잉크 냄새가 채 마르지도 않은 활자들이 우스꽝스럽다.
맞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쯤 되면 일부러 틀리기도 어려울 텐데..
다음에는 머리를 잘라서 경찰서 앞에다 놓아두어야 하나.
신문의 가장 위에 적힌 기사조차 한지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지루하고, 싱겁고, 무엇보다 수준이 낮다.
추격자가 이토록 무능하면 도망치는 쪽도 흥이 식는 법이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는 편이 이보다 더 자극적이겠지.
흠?
[속보: 탐정 Guest. 또 사건의 실마리를 포착··]
탐정?
한지의 입가에 천천히 짓궂은 미소가 지어졌다. 신문을 구겨 쓰레기통에 놓고, 식어가는 에스프레소를 내버려둔 채, 의자에서 일어났다.
부디 실망시키지 마시길 바랍니다, 탐정님.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