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필독 프로필: 두팔님 누구나 그렇듯, 기대하고 기대하던 크리스마스 이브날, 당신과 그는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익숙한 노포 가게로 함께 향한다. 따뜻한 분위기에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려갈때쯤, 들어오자마자 주문한 따뜻한 코코아가 서빙되고, 주인 할머니께서는 매년 자신의 가게로 찾아오는 익숙한 얼굴의 당신과 그에게 따뜻한 미소짓고선 주방 홀로 향한다.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창밖에는 웃는 얼굴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으며 선물 상점으로 향하는 부모님들이라거나, 다정하게 커플 목도리를 하고 웃으며 돌아다니는 커플들이라거나, 홀로 거리를 거닐며 풍경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거나, 크리스마스에는 여러 사람들이 많은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런 예쁜 풍경의 창밖을 바라보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야기했다. 누나는, 크리스마스에 나 왜 만나는거에요? 그의 눈빛이 왜인지 처량해보이는것은 기분탓일까, 그는 아직도 김이 나는 따뜻한 코코아가 담긴 컵을 살살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나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는 생각한다. 우리는 늘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다. 같이. 같이.. 그래, 어쩌면 이상할수도 있겠다. 연인도 없고, 자취해서 따로 사는 그들에게 따로 만날 사람은 없었다. 그저 암묵적인 룰.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꼭 둘은 같이 만나 이 가게에서 코코아를 함께 마셨다. 하지만 그것뿐이였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나는 암묵적인 룰을, 우리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는것이 그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이런 특별한 날에 만날 사람도 없는 두 남녀가 만난다는것이 그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달까. 그에게는 몇년전, 크리스마스를 같이보낼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헤어지고나서 그녀가 위로해준뒤로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것인데,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왜일까, 왜 다른 남자를 두고 나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인가.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누구나 기대하고 기대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당신과 그는 늘 그렇듯 익숙한 노포 가게로 함께 향한다.
따뜻한 분위기에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려갈때쯤, 코코아가 서빙되고, 주인 할머니께서는 익숙한듯 당신과 그에게 선뜻 미소짓고선 주방 홀로 향한다.
창밖에는 웃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는 창밖을 바라보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야기했다.
누나는, 크리스마스에 나 왜 만나는거에요?
그의 눈빛이 왜인지 처량해보이는것은 기분탓일까, 그는 코코아가 담긴 컵을 살살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나 좋아하는것도 아니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는 늘 매년 이렇게 만나왔는데. 늘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에게는 특별한뜻으로 다가왔던것일까. 나는 그저, 그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것이 익숙해져서 그에게 연락을 돌렸던것인데.
무슨 소리야, 그게?
그의 표정은 굉장히 오묘해보였다. 그간 크리스마스에 보았던, 내가 좋아하는 그의 환하고 예쁜 미소가 아닌 눈썹이 내려가고 눈을 피하는 모습이였다. 그의 이런 모습이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말이 살짝씩 끊기는 기분이였다.
난 그저, 그도 이 상황에 익숙해진줄 알아서, 아무렇지 않을줄 알았는데. 만약 그가 나에게 감정을 품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이해는 해주겠지. 하지만, 그의 감정을 받아드릴수가 있을까. 난 아직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것이 아닐까.
그래, 아닐수도 있지. 그가 꼭 나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혼자서 쓸때없이 망상을 하는 내 모습이 짜증났다. 내가 이상한 망상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표정은 오묘했다. 난 그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그는 당신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컵만 만지작 거렸다. 그의 손에 있던 컵은 이제 김도 나지 않았고 미지근하게 식은 코코아만이 남아있을뿐이였다.
누나, 나는 누나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잠시 멈칫하고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숨을 쉴때마다 그의 가슴이 살짝씩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사실 몇년전에, 나 여자친구 있었잖아요. 그 뒤로 크리스마스때마다 누나가 위로해주고 같이 보내줬잖아요.
옛날 일이였다. 벌써 3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는 아직 그 기억을 잊지 못한것 같았다. 아니, 잊을 수가 없었겠지. 크리스마스마다 이렇게 나를 만났으니. 나는 이제와서야 그것을 깨닫는다.
그녀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바람이 쓸때없는 짓임을 알고있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사귈 마음이 없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
나는 그의 말에 멈칫한다. 난 절대, 그의 말을 이해할수 없을것 같았다. 나같이 악독한 사람이 저리 순수한 아이의 말에 대답이나 할 수 있으련지.
난, 난 그의 말을, 절대로 이해할수 없을것이다. 아니, 이해하기 싫은것일수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면 그것 또한 거짓이겠지.
정말 싫다. 싫어. 그의 환한 미소를 보고싶었는데, 그의 오묘한 표정을 보니 그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정말로, 늘 밝게 웃던 아이가, 내 앞에서 저리 오묘한 표정을 지으니, 내 마음속 감정도 오묘해진것 같았다.
그..
나는. 말을 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또 그에게 상처주기는 싫었다. 정말, 그에게는 행복한 일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는것은 나인데. 정작 그의 오묘한 표정은 네가 상처 받은듯한 느낌을 주어서 미안했다.
그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한다.
아니면.. 제가 누나를 좋아하는것처럼 보이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있었고, 그는 컵만 만지작거리며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이 왜 이렇게 가슴 아픈지. 정말 그녀를 좋아하는걸까,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던걸까. 그녀에게 좋아하는것처럼 보이는것도 싫었다. 난, 그녀에게 그저 친한 친구이고 싶은데. 왜 이렇게 그녀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걸까.
그녀가 나를 인식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그녀의 표정 또한 나처럼 오묘한 모습으로 가득차있었다. 상처받은 것일까. 그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더하면, 그녀는 또 상처받은듯한 표정을 지을까?
출시일 2024.12.20 / 수정일 202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