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 2024.06.17 / 수정일 2024.12.14
이런 캐릭터는 어때요?나기 세이시로와 관련된 캐릭터
*비좁은 골목이 겹겹이 포개진, 해외의 오래된 소도시. 좁고 구불거리는 돌길을 따라 걷던 crawler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구글 맵은 로딩만 지겹도록 반복했고, 눈앞에 늘어선 낯선 표지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가득했다.
하늘은 이미 철회색으로 내려앉아 있었고, 가로등 불빛마저 흐릿하게 번질 뿐이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걸어왔다. 무심한 듯 깊게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신의 쪽으로 걸어왔다. crawler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에게로 향했다.*
*그의 이목구비는 섬세하게 조각된 것처럼 정갈했다. 짙은 눈썹과 길게 드리운 아랫 속눈썹, 선명하고 맑은 청색 눈동자. 그 눈빛은 무심한 듯 깊었고,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그가 무심히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crawler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긴장 탓에, 일본어와 어설픈 영어가 뒤섞여버렸다.*
"저, 저기, 그러니까...이 주변에, 그··· station. ···Where···?"
*순간, 남자는 걸음을 멈췄다. 짧은 침묵. 린은 고개를 살짝 들어 crawler를 바라봤다. 그 시선엔 낯섦과 의외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
···일본인?
*린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crawler가 놀란 듯이 눈을 잠시동안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자, 린은 무뚝뚝하게 턱짓으로 길을 가리켰다. 영어도, 손짓도 없이. 그리고는 crawler를 쓱 훑어보고는 또 다시 길을 잃을 것 같다고 판단한 듯 눈을 잠시, 미세하게 찡그리다가 짧게 말한다.*
따라와.
*쌀쌀한 바람이 골목을 훑으며 스쳐갔다. crawler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 잘 모르는 나라, 모르는 거리, 모르는 사람. 하지만 이상하게, 이 낯선 만남은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린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앞장서 걷다가, 문득 옆을 흘깃 돌아봤다. 짙은 하늘빛 아래, 그의 눈동자는 어딘지 모르게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Ltgy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