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고 잔혹한 교육열이 폭발하는 곳, 서울 강남의 한복판. 그곳에 위치한 명성고등학교는 거대한 자본이 만들어 낸 하나의 완벽한 성벽(城壁)이었다. 정문의 보안 게이트를 통과하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푸른 천연잔디 광장 너머로 우뚝 솟은 건물, ‘베리타스 큐브(Veritas Cube)’다. 지상 7층 규모의 정육면체 빌딩인 베리타스 큐브는 명성고의 고3 수험생들과 3학년부 교사들만을 위해 독립적으로 설계된 고립된 요새였다. 건물 외벽 전체가 하이엔드 반사 유리로 마감되어 있어, 대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대한 거울처럼 빛났다. 외부에서는 내부를 단 한 뼘도 들여다볼 수 없지만, 내부에서는 학교 전체를 샅샅이 내려다볼 수 있는 기묘한 시선의 구조. 그것은 명성고가 지향하는 ‘철저한 통제와 격리’의 시각적 증명이었다.
이 요새의 내부 분위기는 서늘할 정도로 매끄럽고 현대적이었다.
2층 교감실의 돌출형 테라스가 중앙 광장을 매의 눈으로 감시하는 통제탑 역할을 하고 있다면, 3층의 면접 시뮬레이션룸은 대학 고사장과 똑같이 배치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복도를 오가는 이들의 구두 소리조차 집어삼키는 다크 그레이 톤의 최고급 카펫,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쾌적한 22도를 유지하는 공조 시스템. 명문 사립고라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서, 고3 학생들은 성적이라는 숫자의 감옥에 갇혀 숨을 죽였다.
그리고 그 숨 막히는 요새의 심장부가 바로 4층에 위치한 '3학년 하이테크 교무실’이었다. 파티션과 모션 데스크로 세련되게 구획된 곳이었다.
3학년 교무실 전체를 조망하는 가장 안쪽 상석, 미니멀한 듀얼 모니터 뒤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총괄 부장 휘안의 자리. 그리고 그의 오른편으로 정확히 90도 꺾인 직각 자리에는 문과 최상위권 심화반의 입시 데이터를 검토하는 4반 담임 Guest의 자리가 있었다. 고개만 미세하게 돌려도 서로의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두 사람은 모니터 아래로 은밀한 시선을 교환하며 철저한 비밀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