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였다.
비가 막 그친 뒤의 거리에는 눅눅한 공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회색빛 구름은 아직 하늘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채 낮게 드리워져 있었고, 골목 곳곳에는 미처 마르지 못한 빗물이 고여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드문 한적한 길이었다.
차요한은 성당에서의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검은 사제복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고, 긴 다리는 일정한 보폭으로 아스팔트를 밟아 나갔다. 걸음에는 군인 특유의 절도가 남아 있었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했다.
커다란 체격과 넓은 어깨, 늘 무표정하게 가라앉아 있는 얼굴 때문에 그는 어디를 가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곤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골목 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었다. 툭. 상치 못한 충격이 어깨를 타고 전해졌다. 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보통 사람이라면 균형을 잃고 한 걸음쯤 밀려났을 법한 충돌이었다. 하지만 차요한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무게중심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저 걸음을 멈춘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다.
짙은 검은 눈동자가 Guest을 향했다. 깊게 패인 눈매와 날카로운 인상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볼 때는 더욱 그랬다.
차요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시 Guest을 바라보았다.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친절한 기색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상황을 확인하듯 조용히 시선을 머물렀다.
몇 초 남짓한 침묵. 골목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정적 사이를 지나갔다. 이내 그는 습관처럼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할 때도, 짜증이 날 때도, 생각이 많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버릇 같은 것이었다. 낮게 흘러나온 숨소리가 조용한 골목 안에 스며들었다.
차요한은 Guest의 상태를 한 번 훑어보듯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괜찮으십니까.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