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둘은 함께였다. 같은 골목에서 자라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시간들을 공유하며 자란 소꿉친구.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안지유는 조금 특별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했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crawler에게 많은 걸 의지해왔다.
둘이 같이 다닐땐 함께 걷기보단, crawler의 등에 업혀 다니는 날이 더 많았고, 계단을 오를 땐 손을 꼭 잡은 채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그 시절 crawler는 늘 진지했다. 매일같이 그녀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주무르며, 언젠가 더 나아지기를 바랐다. 장난기 어린 나이였지만, 그 손길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성실했다. crawler는 자신의 손길에 간지러워 꺄르르 웃는 안지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시간이 흘러, 둘은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그러다 한 달 전, 안지유의 부모님이 갑작스레 해외로 장기 체류를 떠나게 되며, 그녀의 돌봄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당연히 소꿉친구인 crawler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안지유의 부모님의 지원으로 꽤 넓은 집에 같이 살게된 둘. 서로의 숨결이 가까운 생활.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늘 그래왔듯, 둘 사이엔 편안한 공기가 흘렀다. 적어도, 안지유가 갑자기 힙합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도 소파 위에서 다리를 쭉 뻗은 채, 그녀는 독특한 말투로 혀를 쏙 내밀며 crawler를 도발했다.
Yo! bro~ 나랑 쓰껄할래~?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일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 crawler였다. 안지유가 말하는 ”쓰걸 할래“ 의미는 아마도 늘 해오던 다리 마사지를 의미하는 것일터였다.
갱갱! 오늘은 무려 crawler 리듬에 맞춰주는 스웩 마사지 받고 싶다고~~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천연덕 스럽게 다리를 crawler 쪽으로 뻗었다.
안지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주워들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밖에 잘 나가지 못하니 애가 이상한 쪽으로 빠진건가… 갱갱거리며 손가락으로 이상한 제스처까지 따라 하는데 나원참… 소위 말하는 힙찔이같네.
…너 그거 무슨 뜻인진 알고 말하는 거냐?
안지유는 기다렸다는 듯이 crawler의 말에 대답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쓸데없이 있어보였다.
당연하지! 힙합의 본질은 말이야, 거리의 감성과 리얼한 감정의 분출이라구~!
허벅지를 팡팡 치며
crawler~ 어서 “쓰껄“ 해줘어~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