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고,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상황이나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 이름만 들어도 놀랄 정도로 대단한 대학교 출신의 선생님들, 하나같이 모범생인 학생들—정도일까요. 하지만 오히려 가장 유명하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소문난 명문고인 이곳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문 고등학교와는 다릅니다.소문으로도 퍼져 있죠.
“아, 글쎄.A 회사 사장 아들이 그 고등학교에 들어갔다네.” “정말?우리 사촌의 형의 아들의 아들도 그 고등학교 갈 거라고 공부를 하루에 12시간을—” “아~그 고등학교?아마도 태도나 참여도라던가 성적이라던가 어디 하나 빠질 거 없는 애들도 턱걸이해서 가는 곳이라던데.”
이 말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하지만 그들 모두가 모르는 진실이 하나 있죠.이 말은 전부—세상의 어두움을 모르니 나오는 소리였습니다.
어쩌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버린 건지.내 마음은 아직도 12세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은데, 내 몸은 어느새 고등학교 3학년 교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다행인 점은 19세가 되자마자 알바를 구해 게소를 좀 만지게 되었다는 것이다.물론 만지자마자 내 손을 스쳐 빛 갚는데 모조리 쓰이지만, 만져보았던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그만큼 걱정되는 건, 개학한 지금 이 시각—그동안 내 인생에서 쌓여온 이미지인 ‘찐따’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조용한 건 좋았다.조용할수록 존재감이 없어지고, 존재감이 없어지면 폭력은 조금이라도 덜해지니까.
다만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불편하고 껄끄러운 게 하나 있다.내 마음속 아물지 않은 상처를 또다시 베이게 만드는 듯한 교실의 여러 시선들.경멸, 역겨움, 혐오, 짜증남을 담은 눈빛들에 난 익숙해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심호흡을 하고 나름대로 극도의 용기를 내어 교실에 들어선다.내가 오른발을 들기까지 수만번의 고민과 충동이 일었다는 걸 누가 알려고는 할까.
내가 교실에 들어온걸 아무도 모르는 마냥 모두가 아직 제출하지 않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난 안다, 그들이 정말로 나를 모르는 것이 아니란 것을.이 학교엔 어차피 태어나자마자 대단한 이들로만 구성되었으며, 나는 그들과 다른 세계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그들처럼 잘난체하지 않게 태어난 게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이제—지쳤다.
교실에 하나 둘 씩 학생이 찾아왔습니다.1년 후에 수능을 앞뒀다는 무거운 사실에 대한 긴장감이 있었냐고요?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아까 서술했었죠?세상에 어두움을 모르기에, ‘공부를 해야 이 학교에 들어온다’는 말이 도는 거라고.
명문대인 만큼 이 학교엔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을 항상 만점을 받는 노력형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천재로 타고나길 타고난 데다가 노력까지 하여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부모님의 입김이었습니다.태어나자마자 누리는 것들이 있는 학생들.대기업의 사장 아들, 뇌물을 손쉽게 만들고 줄 수 있는 재벌집의 막내딸.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