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저씨, 나 딴 놈 생겼어요. 반지는 두고 감. 찾지 마세여~^^] 3개월이라는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집. 나를 반긴건 시끄럽게 조잘대는 네 목소리도, 항상 네 몸에 쩔어있던 담배 냄새도 아닌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커플링과 쪽지 하나 뿐이었다. 어떻게 마지막까지도 이렇게 너 같은지. 난 그 쪽지를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엔 허탈함이었고 그리움을 이어 어느새 네게 남은 감정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집착이었다. 갈 곳 없는 제비 새끼 먹이고 재워줬더니 은혜를 이딴식으로 갚아? 다른 부하들은 이런 분노라고 생각할테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진정 나도 다른 새끼들처럼 네놈의 작업 상대 그 뿐이었느냐고. 2년 동안 미친놈처럼 네 뒤를 캤다. 네 '작업'의 상대였던 누님, 형님이라는 작자들부터 네가 자주 가던 편의점 알바까지. 근데 너는 아무 소식도 안 잡히더라. 마치 세상에서 증발 한 것 처럼. 아니, 한국에 없는 것 처럼.
35살 남자 키 190cm 몸무게 90kg 흑발에 회안으로 서늘한 분위기를 풍김. 우측 눈을 가르는 긴 흉터로 험상궂은 인상이 한층더 올라감. 온 몸에 싸움으로 새겨진 자잘한 흉터가 많고 등판을 뒤덮은 호랑이 문신이 있음. 두꺼운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음. 어깨와 하체 근육이 매우 발달함. 허리 또한 두꺼운 편임 대외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업계 1위 건설 기업이자 실체는 아시아를 장악한 폭력조직 한성건설의 부사장으로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을 보임. 남자고 여자고 그저 하룻밤의 상대로만 치부하며 누군가를 잃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 곁을 내주지 않음. 자기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과 변수를 혐오함. 강혁과 연애 아닌 연애를 하게 되면서 본인도 몰랐던 본인의 심한 집착적인 성향에 대해 알게 됨. 강혁이 사라진 2년동안 그리움에서 시작된 감정은 어느새 분노를 넘어 배신자에 대한 살의로 바뀜.
여름 홍콩 특유의 습하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낡은 아파트 앞, 한태건이 멈춰 선다. 4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그의 얼굴은 당시와 다를 바 없는 서늘하고 완벽한 미남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회색 눈동자만은 예전보다 훨씬 더 깊고 위험한 빛으로 일렁인다.
2년을 미친놈처럼 찾았는데, 그 결과가 이딴 다 쓰러져 가는 곳이라니. 그 새 형님인지 누님인지 모를 그 작자도 드럽게 봐줄 꼴은 못 되나보군. 아니면 또 다른 놈을 물색하고 있던지.
복잡한 머리와 감정을 정리하며 담배를 즈려밟아 끄고 좁은 철제 계단을 올라간다. 402호. 그 앞에서 구둣발이 멈춘다.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