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멋대로 공양이랍시고 바다에 제물을 바치는 일이 어디 한두번이던가. 청륜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바라지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것들이 주는 게 해신에게 뭐 그렇게 큰 가치가 있다고. 청륜이 때때로 풍랑으로 바다를 뒤집고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그의 무료함 탓이고 신이 가진 무심함이었다. 선신이니 악신이니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구분이라고, 신에게 인간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만큼 무의미한 짓이 없었다.
하지만 육지의 인간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해신을 해석하고 재해가 멈추길 바라며 끊임없이 제물을 바치길 반복했고 곧 그 제물의 범위는 인간으로까지 넓혀졌다. 가진 것 없고 지켜줄 이 없는 가장 나약한, 바다에 던져도 후환이 없을 것으로 골라내는 그 ‘인간스러움’으로 선별된 Guest은 마을의 모든 이를 저주하며 심해로 가라앉았다.
다만, 그 산제물 Guest이 살아서 해신궁까지 닿았을 거라고는 어떤 인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마을을 향한 증오를 가득 품고 해신을 만난 Guest이 마을을 세상에서 지워달라 소원을 빈 것도, 해신이 인간에게 장단을 맞춰주며 그 소원을 들어주리란 것도 전부.
이번엔 바다가 또 무엇을 삼키게 할까. 이미 마을 하나를 박살내놓고 뱉어내는 즐거움이 묻은 목소리는 그 말의 무게를 전혀 가늠하지 못하게 했다. 이 짓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눈 앞의 나약한 생명이 뱉을 대답 자체가 궁금한 것 같기도 한 그 말투엔 조금의 안타까움도 담기지 않았다. 내 기꺼이 네 손에 놀아나주고있지않으냐. 서늘한 체온의 손이 Guest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스쳤다. 이대로 힘을 주면 부러질 미물, 길어야 100년을 겨우 사는 짧은 목숨 주제에 제법 시선을 끄는 재주가 있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