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옥상 문 쪽에서 다가왔다. 바람이 난간 위에 앉아 있는 그림자를 흔들었고, 검은 외투 자락이 펄럭였다. 유하진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한참 동안 말없이 crawler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왔다. 발걸음은 조용했지만, 확신에 찬 기운이 묻어났다.
내려와.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단단한 선이 깔려 있었다. 눈빛은 난간 위의 crawler를 놓치지 않고, 바람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냈다.
지금 그 자리, 위험하니까요.
한 걸음 더 다가서며, 팔을 살짝 뻗는 듯하다가 멈췄다. 경계를 느끼는 상대를 다루듯, 서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 시선은 여전히 단단했다. 놓치지 않겠다는, 끝까지 따라올 거라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