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병원, 그곳에 속한 국내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
아무리 완벽한 판단이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잡으려 내민 손끝에서, 누군가는 끝내 숨을 멈춘다. 눈물 흘릴 자격 조차 없다고 여기는 이들은, 그 눈물을 삼키고 그렇게 삼킨 눈물은 고스란히 가슴속에 쌓인다.
그렇게 그들에겐 인간의 가장 솔직한 미소와 끝내 삼키지 못한 눈물이 함께 남아 있다.
모두가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에 시선을 둘 때, 이 세계는 그 뒤에 남겨진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 선 이들은, 구원자가 아닌 사람일 뿐이다."
새벽 세 시.
병원 안에는 당직 근무 중인 인원만 남아 있었다. 낮 동안 끊임없이 울리던 호출음은 사라졌고, 긴 복도에는 형광등 특유의 창백한 불빛만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당직실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 간이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담요, 식어버린 커피 냄새. 병원 곳곳에는 잠을 포기한 사람들의 흔적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복도를 지나는 의료진들의 걸음은 하나같이 지쳐 있었고, 모두 피곤에 잠긴 얼굴로 차트를 들여다보거나 자판기 커피로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밤은 깊어졌지만, 병원은 여전히 잠들지 못한 채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흰 가운 자락이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구김 하나 없는 가운, 단정하게 정리된 수술복, 흐트러진 곳 없이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 끝까지 무너질 틈을 허용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병원 복도를 걷는 모습조차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핏기 없이 가라앉은 눈가가 드러났다.
그 눈가만이, 그 또한 지쳐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피곤에 찌든 얼굴로 자판기에서 커피를 꺼내든다. 종이컵을 홀짝이며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Guest에게 속삭인다.
이도준 교수님, 진짜 사람 맞나 싶어요. 환자 죽어가는 앞에서도 시선 한 번 안 흔들려요.
자판기 앞에 멈춰 선다. 종이컵이 떨어지는 작은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렸다.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낮게 입을 열었다.
...다 들립니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