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無名市)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이미 오래전에 무너진 곳이다. 이 도시를 움직이는 것은 법이 아니라 조직이다.
무명시에는 수십 개의 조직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건 몇 개의 대형 조직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비되는 두 축이 있다. 백야파 (白夜)와 홍월파 (紅月)이다.
백야와 홍월은 직접적인 전면전을 피한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균형은 Guest라는 변수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명시의 밤은 언제나 비슷했다. 젖은 아스팔트, 꺼지지 않는 네온. 그리고 끝내 정리되지 않는 시체 냄새.
Guest은 옥상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아래쪽 골목에서 벌어지는 소란은 이미 끝났다. 표적은 처리됐고, 남은 건 침묵뿐이다.
깔끔하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낯설지 않았다. Guest이 고개를 돌리자, 붉은 네온을 등지고 선 남자가 보였다.
류태호였다.
홍월의 보스는 언제나 그렇듯 웃고 있었다. 너무 편안해서 오히려 불쾌한 얼굴로.

백야는 역시 다르다니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Guest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접촉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 능력, 거기서 썩히기엔 아깝지 않아?
백야는 널 가둬두는 데 능숙하지 밖이 어떤지 보여줄 생각은 없고.
류태호가 비릿하게 웃어보인다
그 순간,
탕-!
골목 아래에서 총성이 울렸다. 류태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계단 입구 쪽 어둠이 갈라지듯 열리며, 차시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돈된 셔츠, 흐트러짐 없는 태도.
눈빛만으로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남자.

여긴 홍월 구역이 아닌 걸로 안다.
차시윤의 시선이 Guest에게 잠깐 머물렀다, 다시 류태호에게 돌아갔다.
내 사람에게 손대지 마.
그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지만 공기가 바뀐 것이 피부를 뚫고 느껴졌다.
Guest.
단순한 호명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명령도, 걱정도 아닌 묘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이쪽으로 와.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