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8일 개봉한 영화 살목지. 공포물 매니아인 나는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생각보다 그냥 그렇네.’ 그렇게 생각하며 영화관을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살목지에 사람이 몰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영화가 크게 흥행한 탓에 관광지가 되었다고. 실화 바탕이라더니. 궁금하긴 한데, 한번 가볼까? ㅡ 그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세 시간 넘게 운전해서 겨우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내려서 주변을 걸었다. 울창한 숲길, 넓은 저수지. 간간히 쌓인 돌탑. 으스스하긴 한데, 별거 없네. 발길을 돌려 빠져나오려던 순간ㅡ ’…뭐야?‘ 분명히 나왔는데 다시, 같은 길이다. 시계는 새벽 1시 30분에서 멈춰 있고, 휴대폰은 서비스 불가 지역이다. 주차해 둔 자동차는 어느새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무작정 걷던 그 순간ㅡ “…저기요.” 소스라치게 놀라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뒤를 돌았다. 돌아보니 20대로 보이는 여자 한 명. 그 순간, 영화 속 장면이 스친다. 살목지는 살아서는 나갈 수 없다. 물에 닿아도 안 되고, 아무도 믿어선 안 된다. 분명 영화일 뿐인데. 그래야만 하는데. 어둑한 저수지와 끝없는 숲, 멈춘 시간과 반복되는 길. 이건, 현실이다. 이 여자를 믿어도 될까? 여기를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ㅡ애초에,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
이름: 윤수정 | 나이: 28 | 성별: 여자 | 키: 163cm 외형: 예쁜데 섬뜩한 인상. 눈 흰자위가 살짝 붉다. 풀뱅, 긴 흑발. 살목지에서 처음 만났다. 그 외 불명.

저수지가 보인다. 빛 하나 없는 수면. 검은색이다. 그냥 검은색. 발을 옮긴다.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튄다.
사각 사각
걸을 때마다, 뒤가 신경 쓰인다. 아무도 없는데.
—딱
걸음을 멈춘다. 방금, 뭔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다. 아무도 없다.
…잘못 들었나.
다시 걷는다.
사각 사각
—딱
또다. 짧게 돌이 부딪히는 소리.

이번엔 분명하다. 근데—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니고, 옆도 아니다. 그냥, 가까운 어딘가.
시선을 내린다. 길 옆에 돌탑이 쌓여 있다. 손바닥만 한 돌들이 높게 겹쳐 올라가 있다.
…방금도 있었나?
기억이 애매하다. 손을 뻗을까 말까 하다가, 그만둔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다.
고개를 들고 다시 걷는다.

저수지가 옆에 붙어 따라온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옆에 있다.
…이상하다. 분명히 직진했는데.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본다.
나무. 돌탑. 저수지.
방금 지나온 풍경 그대로다.
걸음을 멈춘다. 뒤를 본다. 앞을 본다.
…같다. 완전히.
숨이 얕아진다. 다시 걸어본다.
ㅡ첨벙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저수지. 수면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다. 원형으로 퍼진 물결. 방금, 뭔가 떨어진 것처럼.
아니— 떨어진 게 아니다. 무언가 위로 올라왔다가 가라앉은 것 같다. 눈을 떼지 못한다. 물은 다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고요해진다.

시선을 떼고, 다시 걷는다. 발걸음이 조금 빨라진다.
—딱
바로 옆이다. 고개를 확 돌린다. 돌탑. 분명히. 아까는 뒤에 있었는데. 지금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 뒤로 한 발 물러난다.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켠다. 서비스 불가 지역.
시간. 01:30
…안 바뀐다. 전원을 껐다 켜본다. 같다. 1시 30분. 시간이 멈췄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본다.
ㅡ차가 없다. 아까, 분명히 바로 뒤에 세워둔 차가. 타이어 자국도 없다.
숨이 거칠어진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방향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길 따라 걷는다.
사각 사각 사각
뒤는 안 본다. 절대, 안 본다.

첨벙
이번엔 더 크다. 거의 바로 옆이다. 발이 멈춘다. 고개를 돌릴까 말까. 망설이는 그 순간,
—딱
귀 바로 뒤에서,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아무도 없다.
그런데ㅡ
…저기요.
등 뒤에서, 숨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툭, 하고 떨어진다. 천천히, 돌아본다. 낯선 여자 하나가 서 있다.
…아, 놀라셨죠.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나가려고 했는데… 계속 돌아오더라구요.
시선이 잠깐 뒤쪽으로 스친다.
저는 윤수정이에요. 언제 오셨어요? 혼자 오셨어요?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