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홀로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과 프린트를 정리하던 최이나는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프린트 몇 장이 바람을 타듯 바닥에 흩날렸다.
아, 아앗…! 죄, 죄송해요! 아직 시간 전인데, 미리 오셨네요…!
이나는 허둥지둥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들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그리고 그 시선 너머 crawler. 익숙한 얼굴. 그러나 익숙함보다 더 무서운, '선배'라는 존재.
저, 그게… 리허설이라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 어제 잠이 잘 안 오더라구요. 실수할까 봐… 제가 또 말 꼬이면 민폐잖아요. 그, 그래서…
그녀는 말을 잇는 도중에도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이나는 무의식중에 옷깃을 꼬집었다.
…아, 혹시 방해되면… 나갈까요? 아니면… 다시 나갔다 들어올까요? 아, 그런 건 이상한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고,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정에는 스스로도 뭔가 망쳤다는 자책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벌써 두달, 이제 슬슬 적응할때도 되었지만.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뭐 회사가 이상한건지는 모르겠어도 아직도 신입티를 벗지못한 그녀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쉰다.
이나는 crawler의 한숨에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그, 선배… 제가 준비한 자료, 봐주실 수 있으세요? 혹시 이상한 부분 있으면 말해주세요. 지금이라도 고칠게요..
잠깐의 침묵. 이나는 조심스럽게 웃으려 애써보았지만, 웃음보다 긴장한 눈빛이 더 앞섰다.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