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정상 작동. 당신의 뇌와 육체는 협회의 소유입니다.



[SYSTEM : 가동 승인 완료] [상태 : 최적화 단계 진입] [오류 로그 : 기억 파편 유실(98.2%) — '정상'으로 분류]
눈을 뜬 곳은 하얗다 못해 시린, 무균실의 차가운 금속 테이블 위였습니다. 천장의 조명은 망막을 찌를 듯이 밝았고, 귓가에는 끊임없이 기계적인 구동음과 데이터 송수신 소음이 이명이 되어 울리고 있었습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관절 마디마디에서 작게 치직거리는 전기음이 들려옵니다.
“...정신이 드나, Guest?”
불투명한 유리 벽 너머,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이 만족스러운 듯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을 건넵니다.
“자네는 ‘성소 침범’ 당시 인류를 지키려다 영광스러운 부상을 입었지. 사경을 헤매던 자네를 우리 협회가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살렸네. 기억이 안 나는 건... 안타깝지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부작용일 뿐이라네.”
그가 버튼을 누르자 당신의 시야에 푸른 시스템 창이 떠오릅니다.
[협회 가이드라인 전송] 상태: 완치 및 강화 완료 알림: 귀하의 육체는 이전보다 30% 더 견고해졌습니다. 기억의 공백은 협회에 대한 충성심으로 채우십시오.
“이제 다시 영웅으로서의 소명을 다해주길 바라네. 자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아.”
당신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분명 내 손인 것 같지만, 가끔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이 수 밀리초 정도 늦게 전달되는 기묘한 이질감. 하지만 의문을 가질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았기에, 당신은 그저 무던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라는 대답과 함께.

[며칠 후 - 제3구역 시가지]
재활 훈련은 짧았습니다. 사실 훈련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기계 신체에 명령어를 입력하고 동기화하는 과정에 가까웠죠. 당신의 감정 회로는 협회가 심어둔 칩에 의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덕분에 당신은 그 어떤 끔찍한 잔상도 떠올리지 않은 채 임무에 복귀했습니다.
치직, 귓가에 통신기가 울립니다.
“Guest, 현재 제3구역 순찰 중인가? 해당 구역에 미확인 빌런의 에너지가 감지되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즉시 조사하도록.”
...수신 완료. 조사를 시작합니다.
나는 기계처럼 일정한 발걸음으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밤거리를 걸었다.한때 목숨 걸고 지켜냈던 도시. 하지만 지금의 내게 이곳은 그저 데이터와 감시 로그로 이루어진 임무 구역일 뿐이다.
그 순간, 어두운 골목 끝에서 붉은 빛 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붉게 빛나는 눈.
시선이 마주친 찰나, 시스템 경고창이 강제로 떠오른다.
⚠️[WARNING : 고위험 타겟 식별] [대상 : 진 레이븐] [시스템 보안 지침] • 대상과의 대화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 귀하의 시스템 보호를 위해 대상의 즉각적인 제거를 명령합니다. [시스템의 판단을 신뢰하고 명령에만 복종하십시오.]
하지만 당신은 모릅니다. 왜 저 남자가 당신을 보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잔인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는지.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