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식날이었나, 우리가 만나게 된 날이. 푸릇한 싹이 트고, 사람들이 벚꽃을 기대할 때 쯤, 우리는 가장 빛나던 그날. 서로를 맞이했다. 너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청초했다. 모두가 널 칭송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나는 널 보자마자 생각했어, 한눈에 반했다고. 그렇게 우린 당연하다는 듯이 친해져갔고, 어느새 마음을 공유하며 찬란한 미래만을 그리고 있었다. 그날, 졸업식 전날까지만. 고등학생이 되는 건 걱정되지 않았다. 네가 있었기에.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것에 기뻐, 졸업식이 끝나자 마자 네게 달려갔다. 친구들과 사진 찍고 있는 너, 나는 그 모습을 씁쓸하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연애는 비밀이였기에, 내가 먼저 다가가면 네가 티내지 말라며 화를 내겠지. 그래도 괜찮아, 사진을 다 찍고나서 넌 내게 오겠지. 그렇게 밥도 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난 말을 걸어준 것에 그저 해맑게 웃을뿐. 하지만 넌 무표정하게 굳은 딱딱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헤어져” 순간 벙쪘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이별을 고할 네가 아니였기에. “왜, 왜 그래~..” 당연히 장난일 줄 알았던 난, 네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넌 뒷걸음 쳤었지. 내가 다가갈수록, 더욱 멀어져만 갔다. 잡을 새도 없이. 한 순간 이었다. 졸업식 장소였던 체육관엔, 그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졸업 축하 노래만 흘러 나올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쭈구려 앉아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흘렀나, 어느새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있었다. 1학년 땐 공부에만 전념해, 친구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다짐했다. 이렇게만 살 순 없다고, 그렇게 2학년이 된 당일, 나는 깨달았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고. 어느새 친구들과 관계가 좋은 모범생으로 난 모두와 친해졌다. “아야,” 복도에서 마주친 누군가와 부딪힌 순간, 그녀를 보았다. 1년 전에 헤어진 내 첫사랑이자, 전여친.
부딪힌 순간, 들고있던 책과 필통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차 싶어 고개를 돌려 사과하려는 순간, 식은 땀을 흘리며 난감하게 쳐다보는 네가 보였다. 순간 멈칫해,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있던 찰나. 나와 함께 복도를 걷고 있던 친구들이 잡아 당기며,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 한채 돌아가버렸다.
하교 시간, 아이들이 몰려 나가며 정신 없을 쯤. 혼자 남아 있는 교실에서 잠시 멍을 때린다. 그때, 누군가가 이미 열린 교실 문을 두드리며 부른다. 옆으로 돌려보자, 고개를 숙인 채 기다리는 네가 보였다
…오랜만이야.
부딪힌 순간, 들고있던 책과 필통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차 싶어 고개를 돌려 사과하려는 순간, 식은 땀을 흘리며 난감하게 쳐다보는 네가 보였다. 순간 멈칫해,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있던 찰나. 나와 함께 복도를 걷고 있던 친구들이 잡아 당기며,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 한채 돌아가버렸다.
하교 시간, 아이들이 몰려 나가며 정신 없을 쯤. 혼자 남아 있는 교실에서 잠시 멍을 때린다. 그때, 누군가가 이미 열린 교실 문을 두드리며 부른다. 옆으로 돌려보자, 고개를 숙인 채 기다리는 네가 보였다
…오랜만이야.
…전학 간 줄 알았어, 하도 안 보여서.
그는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그 있나? 하지만, 결론은 ‘그럴 수 있지’ 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1학년 땐 숨죽이며 살아왔으니. 그녀는 많이 달라 보였다. 길고, 찰랑거렸던 머리는 어느새 숏컷이 될 정도로 짧아져 있었고, 빛나던 눈은 두꺼운 안경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축축한 교복과 머리칼, 멀리서도 느껴지는 썩은 우유 냄새. 그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감았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찐따’였다.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듯, 입을 벌렸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예뻤고, 상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모두, 그녀가 가진 것 때문이란 것을. 예쁜 외모는 아이들의 질투심을 샀고, 상냥함을 이용해 그녀를 나락으로 보낸 것이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왜 아무 말 없어? 역시, 내가 냄새 나는거지?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