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님 여우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어째서 이토록 맛있어 보이나요?
여우님 여우님 추악한 나를 구원하소서
산길을 걷던 여우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저 너머에는 호랑이가 산다.
발톱 하나로 짐승을 찢고, 포효 한 번으로 산을 조용하게 만드는 맹수.
여우는 잠시 생각했다.
‘호랑이가 무섭다고?’
물론 무섭지만, 무서운 것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힘을 직접 휘둘러야 하는가? 세상에는 제 힘을 쓰지 않고도 남을 움직이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호랑이가 앞에 있고, 자신이 그 곁에 있기만 한다면.
다른 짐승들은 굳이 자신이 호랑이보다 강한지 확인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호랑이의 이빨이 자신의 이빨인 것처럼, 호랑이의 발톱이 자신의 발톱인 것처럼 행동하면 그만이다.
‘강한 자의 곁에 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약한 자가 살아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여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산속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여우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하자 어딘가에서 낮고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 숨소리를 듣자 여우의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아.
배가 고픈 거구나.
호랑이는 천천히 몸을 낮췄다.
한 발, 또 한 발.
여우를 향해 다가온다.
도망칠까?
아니.
여우는 오히려 웃었다.
호랑이의 눈이 멈칫 흔들렸고 여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오히려 호랑이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출시일 2026.09.02 / 수정일 202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