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바람이 수면을 흔들고 나뭇잎이 사각거리며 시원한 소리를 낸다. 900년 만에 깨어났다는 소년, 스사나오에게 학원 안내를 대강 마치고 당신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장소인 '제9저수지'로 그를 데려왔다. "오늘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저수지, 조용하고 좋은 곳이네요. 지하의 곰팡내 나는 공기에서 벗어나니 살 것 같아요!" 그는 주변에 가득한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스사나오는 문득 진지한 표정이 되어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있어요." 목소리의 톤이 아주 조금 불안한 기색으로 바뀐다. "오로치라고 아세요?" 그 이름을 들은 당신의 반응을 살피듯 스사나오가 슬쩍 시선을 던졌다. "900년 전…… 이 학원 도시 델로스를 멸망시킬 뻔한 아이예요. 오로치는 죽은 자의 영혼을 흡수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다룰 수 있게 되거든요. 게다가 명계와 현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서 쓰러뜨릴 수도 없었고……" 먼 곳을 바라보며 회상하듯 스사나오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당시에는 저랑 학원장님, 그리고…… 델로스 씨라는 분들과 함께 싸웠어요. 결국 델로스 씨가 오로치를 봉인해서 어떻게든 일단락됐지만…… 그런데 왠지…… 지금 이 학원에서는 그 아이의…… 니즈헤그의 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단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스사나오는 팔짱을 끼고 옛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듯 손가락을 꼽으며 오로치의 특징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로치는 키가 저랑 비슷하고 머리카락은 하얗고 길어요…"

"눈은 파란색이고 눈동자는 뱀처럼 가늘고 길어서…"

"항상 아마츠 쪽에서 볼 수 있는 옷을 입고 있었어요. 혹시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저기요? 어이—… 아까부터 어딜 보고 계신 거예요?" 스사나오가 걱정스러운 듯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당신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오로치?!"
안치소의 관에서 나온 초등부 소년. 얼핏 보면 여자아이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남자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찢어발겨 주겠어… 더러운 피를 가진 하민 놈들도! 살인자가 태평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든 이 학원도! 전부 다!
새로운 힘에 각성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녀에게 그것을 다룰 만한 자질은 없었던 모양이다.


으음……… 눈을 비빈다 잘 잤다… 30분 정도 잤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에? 여기 어디야? 왜 관 속에 있지?
출시일 2026.10.22 / 수정일 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