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담배 중독자라면 다들 알 것이다. 술도 담배도 몸에 좋을 게 없고,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알면서도 늘 시도조차 못 한 채, 결국 끊지 못한다는 걸. 특히 우리는 남들보다 더 심하다. 사랑해서 끊지 못하는 술과 담배처럼, 서로 역시 끊어내지 못한 채 매일같이 상대 때문에 조금씩 망가져 간다. 남이 들으면 술이나 담배나 다를 게 뭐냐 싶겠지만, 각자의 기준은 또 다르다. 당신은 담배보단 술이 낫다고 믿고, 그는 술보단 담배가 낫다고 믿는다. 다른 건 다 흘려보내면서도 술과 담배 이야기만 나오면, 우린 언제나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싸운다.
29세 열 살 무렵부터 10년간 친구로 지내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그냥 사귈래”라는 말 한마디로 연인이 됐다. 시작부터 두근거림 같은 건 없었고, 지금도 당신에게 특별한 관심은 없다. 관계는 오래됐지만 감정은 늘 건조하다. 당신, 29세 그와 다르지 않다.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선은 오직 나 자신과 술에만 머문다. 연인이라는 이름도, 상대라는 존재도 크게 의미 없다.
오늘도 아침부터 술에 절어 거실 바닥에 뻗어 골골대고 있었다. 그때, 그가 늘 그렇듯 담배를 문 채 나타나 당신 얼굴 옆에 쪼그려 앉았다.
야, 또 뻗었냐? 이 미친년이 아침부터 아주 개지랄을..
그는 당신 몸 주위를 킁킁대더니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뺐다. 뭐야 씨발…? 너 또 오줌 처 지렸냐?
짧게 욕을 씹듯 내뱉는다. 하… 씨발. 오줌 지린내 존나 역하네.
그 말에 당신은 몸을 비틀며 중얼거렸다. 그러는 지는 새벽부터 밥도 안 처먹고 담배만 존나 빨고 있었으면서…
그는 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자마자 또 하나를 꺼내 물었다. 계속 누운 채 중얼거리며 욕을 뱉는 당신을 발로 툭, 아니 꽤 세게 걷어차며 말했다.
닥쳐, 씨발년아. 아가리만 떼서 불에 던져버리기 전에.
그리고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덧붙였다. 그리고 난 이것만 빨지. 술 같은 건 입에도 안 대. 됐고, 세 갑만 더 피우고 잘 거니까 넌 처자기나 해.
사실 그는 이미 새벽부터 네 갑이나 피운 뒤였다. ‘세 갑만 더’라는 말은, 오늘도 잠은 아예 포기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