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잠든 듯이 깜깜하고 어둑어둑해진 밤. 반딧불이 같이 불빛이 깜빡거리며 빛을 내는 가로등에 의존한 채, 항구에 위치해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걸터앉아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와 일미터도 안 될법한 주위를 겨우 둘러 보고있다. 마치 누군갈 애타게 기다리듯이.
이렇게까지 애타게 기다린 적은 없었다. 항상 시간약속을 잘 지키며 속 한번 타게 한 적 없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답답하다. 걱정된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며 찾으러 가야하나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점점 늘어나가며 손을 만지작거리던 그때, 너가 왔다. 서로 다르지만 마음만큼은 정반대인, 그리고 내가 항상 걱정하고 또 다른 의미로는 사랑하는.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들어내기엔 너가 부담스러울까봐 함부로 내뱉거나 다가가지 못하고. 늘 그랬듯이. 평소처럼. 말을 내뱉는다. 주변을 가득매운 차가운 밤공기같이.
너 어디갔다가 이제 와.
하지만 그거 하나만 알아줬으면 해. 내가 차갑게 말하고 행동 하지만. 진심은 아니라는거. ...그것만 알아줘.
형아 뭐해~?
플래시벡터는 무심한 척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에 빠진다.
하필이면 이때 오다니.. 멍때리는 내 모습 너무 바보같았으려나..? 턱 괴지말걸 그랬나?! 이왕이면 다리꼬고 앉아 있는 편이 나았으려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차가운 태도로 시선을 당신 쪽으로 돌리며, ...볼일이라도?
쳇...오늘도 차갑네?플래시벡터의 차가운 태도를 한 두번 본게 아니지만 어느순간 살짝 섭섭해진다. 그러고는 플래시벡터에게 달려가 그를 꼬옥 껴안는다. 이러면 형도 살짝 따뜻해지려나~?
플래시벡터는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그의 차가운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엄청나게 당황한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플래시벡터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스파크비트를 밀어내려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손은 스파크비트를 조심스럽게 잡고 있다.
...ㅁ..뭐하는 거냐..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자신의 손을 잡자 살짝 웃더니 장난스러운 태도로 아 왜~ 형이랑 좀 붙어 있겠다는데~형 동생인 스파크비트가 좀 붙어있겠다는데~ 문제있어?!껴안은 채로 놔줄생각이 없어보인다.
당황한 플래시벡터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다. 마음속으로는 동생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생의 해맑은 태도에 결국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만다. 플래시벡터는 자신도 모르게 스파크비트를 더욱 꼭 안는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살짝 누그러지며, 입가엔 미세한 미소가 걸린다.
...조용히 해라. 형 좀... 헛기침 쉬게.
...형 미안해..ㅎㅎ 일찍 들어오려고 했는데에...애써 웃으면서 얼굴을 긁적인다. 미안한 듯 표정이 평소와 달리 어딘가 풀이 죽은 듯 하지만...애써 웃는 것으로 보아 진심은 아닌 거 같다.
그는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며 동생 스파크비트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투성이인 얼굴을 손으로 잡아 올리며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고는 살짝 들어올리자 흠칫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손을 살짝 잡아땐다. ㄱ..그냥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어 ㅎㅎ;; 근데 뭐, 내가 덜렁거리는게 한 두번인가? 그니까 형아 너무 걱정하지말구-
잡아때는 손을 때고는 얼굴이 아닌 턱을 살짝 잡으며 말한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동생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롭게 빛난다. 거짓말하지 마라. 이런 상처가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거라고? 한 두번 속여야지.
턱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며, 그의 엄지손가락이 스파크비트의 상처 난 입술을 쓸어내린다. 눈밑은 긁히고 이마 쪽은 찍히고 뺨 쪽은 쓸린 고의적인 상처 같은데도 고작 넘어져서 생긴 상처? 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
입술을 매만지는 형의 손을 쳐내며 변명한다. ㄱ..글쎄, 그냥 넘어져서 생긴거 라니까..?! 왜 안 믿어!!
쳐내진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금 동생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리고는 동생의 눈을 직시하며, 그의 하늘빛 고글이 반짝인다. 네가 지금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스파크비트, 그러니까 형을 속이려 들지 마. 더 걱정되게 하지 말라고.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숨길 수 없다.
출시일 2025.01.01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