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기다렸는데.
어느 여름과 같은 흔한 장마철.
비는 늦게까지 끈질기게 내렸다. 우산을 써도 소용없을 만큼 공기는 젖어 있었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하루가 길었다.
같이 동거하던 전애인의 바람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손에 아무것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개싸우고 헤어진지도 한 달.
며칠 전 비워진 전애인의 방은 오히려 더 큰 향수를 불러왔다.
후으ㅡ… 너무 많이 마셨나.
술기운이 섞인 숨이 새어 나왔다.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쓸어보지만 별로 달라지진 않았다. 내일 공강이라 괜히 친구들을 불러서 진탕 마신 게 문제였다.
우산 끝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유리창처럼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길가 가로등 불빛이 번져서, 모든 게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 아, 진짜…
중얼거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머리가 무겁다. 술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구분이 안 됐다.
발걸음은 익숙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생각 없이. 이미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길이었다.
동거하던 집.
지금은 혼자 사는 집이 되어버린 그곳.
부스럭 부스럭ㅡ,
새벽 두 시. 거실의 간접조명만 희미하게 켜진 채로, 주방 옆 과자창고에서 뭔가를 뒤적이는 소리가 고요한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우현아, 여기 있던 과자 봉지 못 봤어? 내가 퇴근하고 먹으려고 사놓은건데.
과자창고를 뒤진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폰을 만지작거리던 우현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고양이 귀가 한쪽만 까딱 움직인다.
어? 그거요? 글쎄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보지만, 우현에 입에 과자 가루가 붙어있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