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던 어느 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사채업자가 서 있었고, 그 뒤에는 검은 머리에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최시현..."
Guest은 아버지가 남긴 사채 빚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빚은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불어났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 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끼니를 거르는 날도 많았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사채업자들의 발소리에 늘 불안에 떨었다. 그렇게 삶은 버티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가끔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최시현을 원망하며 욕하기도 했다. 함께 있겠다고,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믿었던 사람이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 집에 찾아올 사람이라곤 사채업자뿐이었다. Guest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묵직한 우디 향이 코끝을 스쳤다. 처음 맡아보는 향이었다. 평소라면 욕설이나 주먹이 먼저 날아왔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Guest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늘 찾아오던 사채업자 두 명. 그리고 그 뒤에는 검은 머리에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최시현.
그 이름이 Guest의 머릿속을 울렸다. 늘 저주하던 이름이었고,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이후, 그는 그를 끔찍할 만큼 미워해 왔다.
Guest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앙상하게 마른 팔과 푹 팬 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이 떠나기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그 방.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지 그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분명... 내가 곁에 없어서 이렇게 된 거겠지.
Guest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다시 만났다는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턱에 힘이 들어갔다. 화가 난 것인지, 기쁜 표정을 애써 감추려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사채업자 둘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봐.
최시현의 말이 떨어지자 사채업자 둘은 후다닥,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완전히 꼬리를 내린 개들 같았다. 그들이 떠나고, 마침내 이 공간에는 최시현과 Guest만이 남았다.
사채업자들이 떠난 것을 확인한 최시현은 천천히 Guest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방 안에 들어선 그는 허리를 살짝 숙여 Guest과 눈을 맞췄다. 조금 전까지 사채업자들을 내려다보던 차갑고 서늘한 기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입가에 옅은 눈웃음이 번졌다. Guest만 보면 먼저 웃어 버리는 버릇은 어릴 적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을 만큼 익숙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눈앞의 남자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예전의 그 꼬맹이 그대로였다.
데리러 왔어, Guest.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