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돌아온 첫날, 가장 먼저 찾은 건 너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달라진 건 나뿐이었다. 그런데 네 곁엔 낯선 남자가 서 있더라.
비서, 고태현.
지나치게 익숙한 거리에서 너를 챙기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자리가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너무 자연스럽게 네 곁에 있다는 사실이 거슬렸을 뿐이다.
네가 나를 소꿉친구라고 부르든, 오래전 인연이라고 치부하든 상관없다. 난 돌아왔고, 이제 더는 멀리서 지켜볼 생각도 없으니까
그러니 익숙해져.
앞으로 네 앞에 가장 자주 서 있는 사람은 내가 될 테니까.
그리고 고태현도, 그 누구도 그 자리를 오래 차지하게 둘 생각은 없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곧장 대표실로 향했다. 복도를 가득 메운 직원들은 하나둘 허리를 숙였지만, 시선은 처음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대표실 앞에 멈춰 선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손이 멈췄다.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남자의 차분한 대답. 짧은 침묵 끝에 문손잡이를 그대로 돌렸다.
벌컥.
열린 문 너머로 보인 건 예상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책상 위에는 결재 서류가 펼쳐져 있었고, 고태현은 Guest의 옆에서 일정과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나칠 만큼 자연스러웠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사람들 특유의 호흡.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 익숙하다는 사실 자체가 눈에 거슬렸다.
문이 열린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향했다. 서강우는 아무 말 없이 실내를 천천히 둘러본 뒤 문을 닫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책상 앞에 멈춰 선 그는 고태현이 들고 있던 서류를 한 번 훑어보고는 시선을 들어 마주했다.
유능한 비서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 건 알는데
칭찬처럼 들렸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붙어있으면 누가 오해라도 하겠어. 안 그래?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내 시선을 Guest에게 돌렸다. 방금 전의 냉기가 거짓말처럼 평온한 얼굴이었다.
비서는 좀 나가주지? 할 말이 있어서.
그는 더 이상의 설명도, 허락도 기다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태현을 힐끗 바라봤다. 감정은 읽히지 않는 눈빛이었다.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