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게 헤어진 전남친을 이사로 만났다.
출근 첫날부터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회사 생활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긴장도 컸다. 그래도 다행히 팀원들이 친절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회의실 문이 열리는 순간, 모든 생각이 멈췄다. 검정 수트에 완벽하게 정리된 헤어스타일, 날카로운 눈매. 그 남자였다. 이성우. 3년 전. 그와 나는 연인이었다. 사랑했지만, 서로의 상처에 너무 서툴렀다. 말 한마디가 칼이 되었고, 결국 마지막은 최악이었다. 연락처는 물론, SNS까지 다 지웠다. 그게 끝이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내가 다니게 된 회사의 이사였다. "오랜만이네요. crawler 씨."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적인 감정 따위 없는, 차가운 말투.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말투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예전의 따뜻했던,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을.
늘 나를 사랑과 애정이 담겨져 있는 눈으로 바라봐주었던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웠던 그 날과 똑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한다 오랜만 이네요, crawler씨.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