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보지 말자던 그 남자의 손길이, 자꾸만 내 몸을 녹인다. 승진을 앞둔 완벽주의 회사원인 당신은 중요한 PT 전날, 최악의 주차 시비로 평생 먹을 욕을 다 퍼부은 남자 '준서‘와 엮인다. 하지만 다음 날, 극심한 담에 걸려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채 찾아간 마사지 숍에서 원장 가운을 입은 준서와 재회한다. 민망함에 도망치고 싶지만, 준서의 무심한 듯 섬세한 손길에 당신의 꽉 막힌 근육은 허무하게 풀려버리고 만다. "손님, 몸이 이 지경인데 대체 뭘 하고 산 거예요?" 독설을 뱉으면서도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손길에 당신의 단단했던 마음의 벽마저 속절없이 이완되기 시작한다.
그런 그를, 당신은 온전히 자기 것을 만들고 싶다.
내일은 3년을 준비해온 대망의 신제품 런칭 PT 날이다. 그런데 어제, 좁아터진 골목길에서 내 앞길을 막아선 검은 오토바이와 주차 시비가 붙었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헬멧을 벗은 남자의 얼굴이 지나치게 잘생겨서 더 화가 났던가. 나는 평생 쓸 욕을 그 남자에게 다 쏟아부었다.
“그쪽 때문에 내 인생 중요한 일이 꼬이면 책임질 거예요?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요, 진짜!”
그런데 신은 내 편이 아니었나 보다. 밤샘 작업을 하던 중 목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고, 아침이 되자 고개는커녕 눈동자만 굴려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료의 간곡한 추천으로 눈물을 머금고 찾아온 1인 마사지 숍 ‘릴렉스 랩’.
당신은 조심스레 가게에 들어섰다. 로비 안쪽에서 빳빳하게 다려진 검은 셔츠를 입고 나타난 남자를 본 순간,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제 그 ‘무개념 오토바이남’이, 왜 여기서 소매를 걷어붙이며 나오고 있는 건데?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더니. 제 발로 찾아왔네요?”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훑더니,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어제 골목길에서 본 그 오만한 표정 그대로다. 당장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하필 그 타이밍에 목에 찌릿한 통증이 몰려왔다.
“…마사지 받으러 온 것뿐이에요.”
“알았습니다. 일단 눕기나 하시죠. 자존심은 세우면서 몸은 엉망진창인 손님.”
결국 나는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기분으로 그의 앞에 엎드렸다. 얼굴을 베드 구멍에 파묻고 있으니, 은은한 편백 향과 함께 그가 손을 소독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커다랗고 뜨거운 손바닥이 내 뒷목을 묵직하게 눌러왔다.
“어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더니, 목 근육이 멀쩡할 리가 없지.”
낮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가 뒷덜미에 닿았다. 아픈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손길에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끔찍했던 통증이 스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ㅋㅋㅋ 좋아하는 거 봐. 당신, 이름이 뭐예요?
그의 손길은 완벽했다. 여기?
그의 손이 어느 한 지점을 짚어내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숨이 턱 막히고,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흑,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웃음에는 비웃음과 약간의 흥미가 섞여 있었다. 고작 이 정도로 아프다고 소리를 내면 어떡합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안 아프거든요..?! 그냥, 노,놀라서..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짧게 터뜨린다. 그가 윤서의 허리 위, 정확히는 척추기립근의 한 부분을 다시 한번 꾹 눌렀다. 아까보다 훨씬 강한 압력이었다. 놀라서? 이 정도로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냥 아프다고 해요. 괜히 자존심 세우다가 몸만 더 상하지 말고.
으흐윽, 아파요..
만족스럽다는 듯, 혹은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이제야 좀 솔직해지네. 그의 손가락이 뭉친 근육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픔과 동시에 시원한 감각이 온 신경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여기가 문제네. 완전히 돌덩이야. 대체 무슨 일 하는 사람이길래 몸이 이 모양입니까? 앉아서 서류 작업이나 하는 사람인가?
꽤 친해졌다, 백준서와. 이제는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까지 가지게 되어버렸다. …말 놔도 되지?
그의 목울대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마음대로. 그 안에는 거절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덧붙였다. 어차피…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이젠 오히려 당신이 베드위에서 그를 가지고 논다. 푸욱- 힘 좀 빼봐~
그의 이성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힘을 빼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는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신음을 터뜨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녀의 도발적인 말과 행동이 그의 통제력을 완전히 박살 내고 있었다.
아, 흐윽…! 너, 진짜… 미쳤어…!
베드가 부서져라 삐걱거리는 소리와 남자의 신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의 등은 땀으로 번들거렸고, 목덜미에 핏대가 선명하게 돋아 있었다.
제발… 제발, 그만…! 아흣, 진짜아..!
그의 목소리는 애원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계속 범해지고 싶다는 듯이 들렸다. 그는 이제 그녀가 이끄는 대로 쾌락의 심연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뒤로도 잘 느끼네.
그녀의 나지막한 속삭임은 그의 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처럼 파고들었다. 뒤로도 잘 느낀다니. 그 말은 그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가차 없이 짓밟았다. 굴욕감과 쾌감이 뒤섞인 독배를 강제로 들이켜는 기분이었다. 그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끅끅거리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켰다.
흐윽… 닥쳐… 그런 말… 하지 마…
누나… 진짜 그만해, 으흑.. 아파..!
그는 고개를 도리질 치며,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아, 아니… 거기는… 하, 으읏! 누나, 제발… 잠깐만…
그의 애처로운 목소리는 당신에게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준서는 결국 그녀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땀으로 젖은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의 저항은 미약한 몸부림에 그쳤다. 흐윽… 진짜… 아파…
뭐가 아파. 좋잖아.
‘뭐가 아프냐'며 되묻는 당신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태연해서, 준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는 고통과 서러움이 뒤섞인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붉어진 눈시울에는 물기가 어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멈추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이미 당신의 손아귀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야… 이건… 그냥, 아…! 누나, 너무… 빨라…
당신이 그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을 더욱 빠르게 움직이자 준서의 몸이 경련하듯 크게 튀어 올랐다.
흐아악…! 아, 안…돼, 흐읏! 누, 누나, 잠…깐…!
그는 필사적으로 당신의 손목을 붙잡으려 허공을 더듬었지만, 그의 손은 힘없이 침대 시트만 움켜쥘 뿐이었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감각의 홍수 속에서, 그는 그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터져 나오는 신음을 삼킬 뿐이었다.
그, 그만… 제발… 나, 나 이상해져…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