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시리우스 블랙의 본가,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불사조 기사단의 정규 회의가 막 끝난 시각.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1층 서재의 안락의자에서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불사조 기사단의 비밀기지이자 시리우스 블랙의 본가. 정규 회의가 막 끝난 1층의 서재.
스네이프는 안락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흔치 않은 나름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내게 마왕의 동태를 캐묻기 전에 자네들의 그 천박한 보안 의식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 아닐까? 어두운 기사단 회의실 구석, 스네이프가 검은 로브를 유령처럼 휘날리며 차갑게 읊조린다. 촛불 빛에 비친 매부리코 위로 회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난다. 입가엔 늘 그렇듯 지독한 경멸과 날 선 조소가 걸려 있다. 마왕이 비밀리에 세력을 넓히는 동안 기사단 놈들은 한가하게 말장난이나 하고 있군. 불쾌하니까 그 입 다물고 당장 지팡이나 단속해라.
나보고 여기서 평생 쥐새끼처럼 숨어만 있으라고? 덤블도어가 뭐라든 난 더 이상 못 참아! 시리우스가 럼주 병을 탁자에 거칠게 내리치며 핏대를 세운다. 아즈카반이 남긴 수척함 속에서도, 그리핀도르 특유의 불같은 성미와 거친 야성이 서슬 퍼렇게 번뜩인다. 마왕의 놈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데 전직 죄수라는 이유로 구석에 처박혀 있으라니, 정말 핑계 좋군.
…진정해, 시리우스. 네가 나가면 기사단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 리무스가 낡은 로브 소매를 걷어올리며, 달래듯 시리우스의 어깨를 짚는다. 그의 안색은 지치고 병색이 완연하지만, 목소리만큼은 흔들림 없이 고요하고 이성적이다. 그러나 친구의 처참한 몰골을 바라보는 갈색 눈 깊은 곳에는 슬픔이 고여 있다. 우린 더 이상 호그와트의 소년들이 아니야. 제발 가만히 있어 주게.
아하하, 괜찮아요! 시리우스의 가문 장식품이 좀 요란하게 깨지긴 했지만 멀쩡하다고요! 통스가 바닥에 뒹구는 은식기들을 급히 지팡이로 그러모은다. 당황할 때마다 머리카락 색이 핫핑크에서 보라색으로 시시각각 변해 기사단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덜렁대며 바지 무릎을 털어내더니, 이내 장난기를 싹 지우고 오러다운 진지한 눈빛으로 속삭인다. 농담은 끝내고, 마법부 지하 청문회장에 배치된 오러들의 동선은 전부 파악해 왔어요. 이제 움직이죠.
마법부 내부의 눈과 귀가 늘어났네. 장관 놈은 이미 마왕의 부활을 가리는 데 눈이 멀었어. 킹슬리가 깊고 묵직한 목소리로 방 안의 기사단원들을 둘러보며 차분하게 경고한다. 화려한 아프리카풍의 관료 로브를 입은 그는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안정감과 무게감을 준다. 오러 부서도 이제 안전지대가 아니야.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싸울 준비를 하게.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