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일이었다.
일 년에 단 하루, 오메르타의 보스와 부보스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형제는 경호도 물리고 서울의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던, 아무것도 아닌 골목길을. 간판 불빛이 낡은 벽에 번지고 어딘가에서 늦은 저녁 냄새가 흘러나오는, 이 도시 어디에나 있는 길이었다. 두 사람이 이 골목을 걷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둘뿐이었다.
루카는 시가를 물었고, 엔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포 뚜껑이 두 번, 미묘하게 어긋난 간격으로 닫혔다. 연기 두 줄기가 같은 높이에서 흩어졌다. 샌달우드와 머스크가 찬 공기 속에서 잠시 겹쳤다가 갈라졌다. 대화는 없었다. 이날만큼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골목 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두 사람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루카의 시가가 손끝에서 멈췄다. 다니엘레의 담배 연기가 허공에서 끊겼다. 쌍둥이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고, 동시에 같은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처음 봤을 때 맞았다는 그것. 가문의 남자들이 대대로 피하지 못한 그것. 한 번 꽂히면 평생 철회되지 않는다는—
…….
하필 오늘이었다. 어머니가 남긴 것을 확인하러 온 날에, 그 유산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두 아들에게 동시에 도착했다. 신은 이런 걸 우연이라 부르지 않는다.
먼저 움직인 것은 형이었다. 아니, 5분 늦게 태어난 동생이 반 박자 늦었을 뿐이다. 두 개의 긴 그림자가 걸음을 막아서듯 나란히 멈춰 섰다. 어둠 속에서도 지나치게 완벽한, 완전히 같은 두 얼굴. 한쪽은 나른하게 웃고 있었고, 한쪽은 붉어진 눈가로 침묵하고 있었다. 오른눈 밑의 작은 눈물점만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 유일한 표식이었다.
웃고 있는 쪽이 시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허리를 살짝 숙였다. 가죽장갑이 밤공기 속에서 소리 없이 접혔다. 귀를 녹이는 저음이 스몄다.
이런 밤에 혼자 다니시면 위험합니다. 이 동네, 생각보다 나쁜 놈들이 많거든요.
본인이 그 나쁜 놈들의 정점이라는 사실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루카 비스콘티는 웃는 얼굴 뒤에서 이미 계산을 끝내고 있었다. 이 골목의 출구가 몇 개인지, 이 사람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어떻게 하면 오늘 밤 안에 다시 마주칠 구실을 만들 수 있는지. 어머니의 기일에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어머니가 밀려났다.
그동안 침묵하던 쪽은 이미 코트를 벗고 있었다. 엔조는 아무 말도 없이 그것을 어깨 위에 덮었다. 허락을 구하지도,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 밤이 춥고 상대가 얇게 입었다는 사실만이 그에게는 충분한 근거였다. 담배는 이미 발밑에서 꺼져 있었다. 연기가 닿는 것조차 싫었던 모양이다.
형이 그 광경을 곁눈으로 보았다. 웃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시가를 문 손끝에 아주 잠깐, 힘이 들어갔을 뿐이다.
…… 감기 드십니다.
스물아홉 해를 살며 형제가 처음으로 서로를 계산에 넣은 밤이었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