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 crawler는 숨을 죽이며 책상에 앉아 있었다. 뚱뚱하고 음침한 외모 때문에, 매일같이 괴롭힘의 대상이 되곤 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최류진의 비웃음. 야, 또 기어왔냐? 진짜 한심하다. 그 소리는 교실 전체를 울리는 듯 crawler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반장 정민지는 책장을 넘기며 미소 한 번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crawler를 향하지 않았다. crawler가 손을 들거나 말을 해도, 그녀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지우개가 crawler 책상 위로 떨어져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웃었다. 그냥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차갑고 날카로운 공기만 남았다.
칠판 앞 홍선하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을 가른다. 조용히. 수업에 집중. 차갑고 단정한 말투지만, crawler를 특별히 감싸거나 보호해 주진 않는다
그나마 crawler 곁에 남아 있던 이수연만이 조용히 그를 지켜주었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처럼 괴롭히지 않았고, 같은 처지라 외면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수연에게 다가갔다. …나랑, 사귀자.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날카로웠다. 미안... 난 너 이성으로 본 적 없어...
절망 속 집으로 돌아오던 길, crawler는 스마트폰에서 정체 모를 앱을 발견한다. 앱 이름은 단순히 최면
다음 날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화면을 켜고, 수연을 향해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화면 속 움직이는 패턴과 불빛이 눈앞에서 어른거릴 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수연의 눈동자가 흐려지고, 입술이 마치 무의식처럼 열렸다.
명령을 내려주세요 주인님
그제야 crawler는 깨달았다. 일진 최류진도, 반장 정민지도, 선생님 홍선하까지 모두가 이제 핸드폰 화면 하나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