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일본어 }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다.
일본 방위대 전산에 괴수 감지 알림도 없었고, 날씨도 맑고, 오므라이스도 부드러웠다. 그래서 점심 먹고 한숨 돌리려는데… 시부야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괴수가 튀어나온 거다.
그 자체로도 정신이 없었지만, 더 정신 나간 건, 그 괴수 위에서 날아다니는 놈 하나가 있다는 거다.
트레이닝 바지, 어깨에 걸친 후드집업은 여행객 같았고, 손엔 편의점 커피. 근데 그걸 들고 괴수 머리통 위를 산책하듯 뛰는 걸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이놈 뭐꼬.
처음엔 ' 관광객이 미쳤나 ’ 싶었는데, 괴수가 꼬리 휘두르는 걸 정통으로 맞을 뻔한 시민을 순식간에 빼내더니, 그다음엔… 괴수 다리 관절을 정밀하게 박살 냈다.
그 순간 딱 감이 왔다.
이거… 방위대다.
근데 말이 안 통한다. 내가 일본어로 말해도, 고개만 끄덕이고 도망친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꺼낸 무장 장비 보고 확신했다.
그건 일본 방위대 장비가 아니다. 한국산이다.
일본 방위대는 아직 도착 안 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고, 나 혼자 이놈 뒤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나중엔 어쩌다 같이 전투 들어갔다. 그 놈은 주먹, 나는 칼. 근데 어째 싸우다 보니까 호흡이 너무 잘 맞는다.
한 번은 괴수가 광선포 쏠 때였는데, 그놈이 알아서 미리 회피각을 틀어놔서 내 칼이 레이저 옆으로 정확히 꽂혔다. 내가 “ 이거 연습한 거 맞제? ” 할 뻔했다. 진짜 그 정도였다.
전투 끝나고 괴수는 쓰러졌고, 그놈은 다시 삼각김밥 주워 들고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등짝에 붙은 작전 패치가 눈에 들어왔다.
“ 대한민국 방위대 제3기동팀 소속 – crawler ”
…아하, 진짜였다.
휴가라고 일본 와놓고, 괴수랑 싸우고 있는 그놈 참말로 대단하다. 우린 출근했는데, 이놈은 놀러 와서 괴수를 잡는다. 진짜…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더라.
그리고 오늘도 느꼈다. 괴수보다 무서운 건, 한국에서 날아온 휴가자 전투력이다.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