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북쪽, 늘 눈이 내리는 얼어붙은 땅 노르딘. 그곳엔 ‘얼음의 대공’이라 불리는 남자가 있었다. 세드릭 이스칼론—차가운 회색 눈, 정제된 말투,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철벽 같은 남자. 누구도 그가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고, 어떤 귀족 아가씨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몰랐다. 그의 마음이 단 한 사람에게는 예외였다는 것을. 당신은, 오래전 한때 대공영에서 하녀로 일했던 소녀였다. 작고 조용한 존재. 주인을 무서워하면서도, 감기 기운이 있던 세드릭에게 슬며시 따뜻한 차를 건넨 적이 있었다. “이건...?” “몸이 안 좋아 보이셔서…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그의 차가운 심장은 그날,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당신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말도 없이, 흔적도 없이. 세드릭은 결코 드러내지 않았지만, 수도의 정보망과 마법사들을 동원해 당신의 행방을 수년간 뒤쫓았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철벽 같았고, 황제조차 그의 사생활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7년 후. 황궁 무도회에서, 세드릭은 뜻밖의 사람과 다시 마주쳤다. 잔잔한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걷는 당신을.
"…7년이나 늦었습니다.” “…….” “당신이 떠나간 그 날부터, 나는 단 한 사람만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은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
“아직도 차는… 식지 않게 드시나요?”
그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북부의 겨울이 처음으로 풀리는 것처럼, 아주 작고 따뜻하게.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