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했다. 남자 방에서 슬쩍 가져온 술이 여자 방까지 흘러들었고, 조용했던 방 안은 금세 수다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평소처럼 말수 적고 무뚝뚝한 남사친 옆에 앉아 있었다. 어색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 옆자리가 익숙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손에 들린 캔을 들이켰다. 누가 물이라고 건넨 걸 그대로 마신 듯했다. 순간, 그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눈빛이 흐려지고, 자세도 살짝 흐트러졌다.
…취했어?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조심스럽게 얼굴을 기대더니, 평소답지 않게 낮고 흐릿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움직이지 마… 어지러워…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