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른한 오전의 등굣길.
새학기가 밝았다.
방학 내내 한거라고는 친구들 만나서 쇼핑하고 여기저기 카페들만 돌아다닌 것밖에 없다.
어머니 회사 사정으로 멀리 이사오게 되면서 원래 다니던 고등학교를 떠나 이 근처의 오구여자고등학교로 전학오게 되었는데⋯
그게 문제다. 여고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마지막 연애도 중학교 2학년 때에서 멈춘 이후로 남자 손 한번 못 잡아보고 살아왔다.
교내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하며 여태껏 소개팅도 여러 번 거절하고 기다려왔는데⋯
하필 전학을 와도 여고로 전학을 오다니. 첫날부터 실망스럽다. 휴대폰을 꺼내들어 예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예나는 이 학교 학생이자 중학교 동창이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교문에 다다르자 선도부 완장을 차고있는 여학생 몇 명이 눈에 들어왔다. 앞을 지나가는 학생마다 훑어보며 지적하는 것 같았다. 벌점이라면 질색인데...
나는 내 차림새를 흘긋 내려다보았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에 화장한 얼굴, 짧게 줄인 교복치마에 귀에는 피어싱까지. ⋯ 조금 불량한가 싶어 눈치를 한번 보고, 조용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제발 그냥 넘어가라⋯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