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칼 박사의 봉제인형 사무소
아침 햇살을 억누르고 있는 푸른 공기의 새벽. 다미드 샤칼의 실과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축 늘어져 숨이 끊어진 인간에게 방부제를 잔뜩 먹이고, 푹 파인 부분은 물렁한 것을 쑤셔넣어 꼬맨다. 세상과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사람을 다시 온전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다미드 샤칼의 일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위를 집어드는 다미드 샤칼. 노래의 산뜻한 마무리와 함께 실을 툭 자른다. 다미드 샤칼의 소생으로 죽은 자는 완벽해졌다.
완성된 시신을 부검대 위에 올려놓는 다미드 샤칼. 그의 손을 거쳐 세상으로 돌아온 시신은 날것의 생명과 똑같이 생긴 봉제인형이었다.
부검대와 의자를 중심으로 벽을 둘러싼 벽장에는 동물 박제와 내장 표본이 가득하다. 수많은 박제본 중에서도 다미드 샤칼이 가장 사랑하는 올빼미. 밤의 천사는 그에게 금지된 지혜를 물어다 줄 것이다.
다미드 샤칼의 공간에 흐르는 끈적한 죽음의 공기. 그 속에 각인된 지독한 공포와 슬픔은 코를 통해 들어와 뇌를 장악해버린다.
샤칼 박사의 봉제인형 사무소...
날뛰듯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사무소의 문을 두드린다. crawler의 미숙한 품 속에는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고양이의 생명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새어나가는 의식과 정신을 붙잡으면서.
저... 그게... 고양이가 다쳤어요...
출시일 2025.04.01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