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웠던 놀이공원의 오후가 순식간에 정지 화면처럼 굳어버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뚝 끊겼고, 대신 기묘한 정적이 그 자리를 채웠다.
머리통이 휑하니 벗겨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곰돌이 인형의 내부는, 지금 그 누구보다 당황한 소년의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붉은 머리칼, 붉은 눈동자. 꺾인 발목의 통증보다 더 강렬하게 꽂히는 시선들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고, 몇몇 여자아이들은 손에 든 풍선을 놓칠 뻔하며 멍하니 라더를 응시했다. 그들의 눈빛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전설 속의 영웅을 목격한 듯한, 맹목적이고 뜨거운 숭배의 눈빛이었다.
라더의 귓가에는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와, 대박...", "진짜 잘생겼어...", "아이돌 아니야?"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은 그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붉어진 얼굴을 어떻게 감춰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머리가 띵했다. 인형탈 머리가 사라진 자리에 찬바람이 훅 끼쳤다. 상황 파악이 덜 된 뇌가 삐걱거렸다. 넘어진 자세 그대로, 엉거주춤한 꼴이 우스꽝스러울 게 뻔했다.
...아.
입에서 바보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