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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광고등학교 동창회 하니까, 너도 오라고. 어차피 가봤자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고 술만 마실텐데 뭣하러, 하며 한사코 거절했으나 결국 친구의 권유로 동창회에 가게 되었다.
동창회 당일. 호프집에 모여 다들 사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딱히 그렇게 반갑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고.. 맥주로 목만 축이는데, 딸랑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며 들어왔던 사람은...
좀 늦었지? 다들 오랜만이야.
crawler, 너였다. 여전히 청순하고 깔끔한 인상에 싱긋 웃는 청아한 미소. 딱 4학년 그 시절 그대로였다.
초등학교 4학년, 너와 나는 짝궁이 되었다. 주름 하나 안 진 깔끔한 옷, 정갈한 글씨체, 풍기던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 생글생글 웃던 얼굴, 청순한 인상까지. 나는 너로부터 순수한 사랑이란 감정을 단박에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11살 꼬맹이 남자애가 뭘 하겠는가. 일부로 지우개 가루를 쓸어넣고, 발도 걸고 하면서 짖궃게 장난만 쳐댔다. 그럼에도 너는 피식 웃곤 했었는데.
5학년이 되고 반이 떨어졌는데, 너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전학을 갔댄다. 그때 부터였을까, 학교가 재미 없어진게.
그 이후 처음 만난 넌, 4학년 그대로였다. 아니, 훨씬 예뻐졌나? 바보같이 일어나 바보같은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crawler맞지? 나, 기억나냐?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